by Brian De Palma
화면은 리듬을 으깨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발 뒷축과 스냅 핑거를 비추는 네 컷 숏을 지나 곧장 노래로 들어간다. 'dancing in the dark'는 브루스를 미국 대표 뮤지션으로 만든 84년작 [Born in the U.S.A.]의 첫 싱글로 당시 미국에서만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이 영상을 책임진 사람은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팬들 사이에선 '히치콕의 주석가'로 통하는 스릴러의 거장이다. 그 시절 <캐리>와 <스카페이스> 등으로 이미 거물급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하지만 그는 이 뮤비에서 굉장히 평범한 접근을 감행하며 다소 의외의 결과물을 남겼다.
정말 앵글도 숏도 편집도 플롯도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이 없다. 브라이언은 그저 몇 대의 카메라로 브루스의 콘서트 퍼포먼스를 중심에 둔 채 관중의 열띤 리액션과 이 스트릿 밴드(E Street Band)의 가열찬 합주를 하나 둘 첨부해나갈 뿐이다. 장소는 미네소타 세인트 폴 시빅 센터(Saint Paul Civic Center), 촬영 일정은 84년 6월 28, 29일 이틀이었다. 첫 날 밤은 온전히 뮤비 촬영에 할애했지만 둘째 날은 'Born in the U.S.A. 투어' 오프닝과 겹쳐 연출과 현실은 사실상 구분되지 않았다. 결국 영상 속 '콘서트 콘셉트'는 작위를 가장한 실제였던 셈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단순해보였던 그것이 되레 곡 분위기와 곡 주인에게는 더할나위 없었다. 피로하고 쓸쓸한 정서를 정면돌파 하는 149bpm 신스 록 비트. 거기에 맞춘 35세 브루스와 20세 코트니 콕스(시트콤 <프렌즈>와 영화 <스크림>으로 유명한)의 '아재춤'은 팽배한 절망을 가로질러 부푼 희망으로 치닫는 환희의 몸짓, 바로 그것이었다. 이 영상을 찍던 바로 지난해에 <스카페이스>라는 걸작을 극장에 건 브라이언은 차마 자신은 더 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빌리 조엘의 'we didn't start the fire'를 닮은 곡과 뮤비의 운명을 그렇게 현장에 맡겨버렸다.
자연스럽다 못해 평범하기까지 한 브루스의 무대 의상처럼 이 곡은 그냥 거기 그렇게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감독은 믿었던 듯 하다. 그의 판단은 주효했고 우리의 거장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역사적인 곡 하나를 단단한 추억 속 그림으로 남기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