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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6. 2018

Illmatic

힙합의 이정표


이 앨범으로 힙합을 알게 됐고 좋아하게 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힙알못’이었던 나에게 골든-에라 동부힙합계 거장들(DJ프리미어, Q-팁, 라지 프로페서, 피트 록)의 붐뱁 비트는 랩뮤직의 신비를 풀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였다. 라킴의 ‘Mahogany’에서 구절을 따온 ‘N.Y. state of mind’가 83년 힙합 영화 ‘Wild Style’을 인용한 인트로 트랙 ‘The Genesis’를 뚫고 나왔을 때, ‘잠은 죽음의 사촌’ ‘지식의 벽 너머에 삶의 정의가 있어’ 같은 가사들이 화염처럼 비트 사이를 그을렸을 때, 그때가 바로 내가 힙합의 매력을 알기 시작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도날드 버드, 아마드 자말, 조지 클린턴, 마이클 잭슨 등 재즈, 훵크, 소울팝이 샘플링이라는 명분으로 교차 편집되는 사이 예측할 수 없는 나스의 플로우가 재킷 사진 마냥 뉴욕 거리의 어두운 기억에 디졸브 된다. 어린 시절 ‘베프’ 일 윌(Ill Will)을 추모하는 당시 나스의 메시지와 랩 스킬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했다. 그는 말 그대로 “펜과 함께라면 무적”이었다. 마약, 총, 범죄가 나뒹구는 구체적이고도 난해한 묘사,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랩과 비트의 완벽한 맞물림은 ‘Life’s bitch’에 등장하는 AZ 정도만 위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라킴과 케이알에스 원(KRS-One)이라는 언덕을 넘어선 그 곳엔 나스의 아버지 올루 다다의 트럼펫이 기다리고 있었다.


흔히 앨범 단위에서 이상적인 수로 여겨지는 10 트랙에 명반의 조건인 ‘버릴 곡 없는’ 완성도를 모두 갖춘 ‘Illmatic’엔 군더더기가 없다. 랩과 비트라는 최소한으로 힙합의 최대치를 향해 나아가는 이 앨범의 느긋한 진격이 나는 좋았다. 트랩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익숙할 요즘 힙합 팬들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바로 그 단순한 예리함이 이 작품을 시대를 타지 않는 클래식으로, 래퍼 나스를 불멸의 레전드로 만들었다.



물론 데뷔작이 너무 뛰어나면 평생 멍에로 지고 살아야 한다는 이 바닥 속성은 나스에게도 적용됐다. ‘Illmatic’은 나스의 영광이자 굴레다. ‘God’s Son’ ‘Hip Hop is Dead’ 등 이후에도 준수한 앨범들을 내긴 했지만 ‘Illmatic’에 버금가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나스의 앨범을 우린 지금까지도 만나지 못했다. 그 시절의 영감, 그 시절의 라임, 플로우, 그 시절의 비트. 나스는 여전히 “종이 위를 달리는, 깜빡이까지 달린 펜”을 들고 써내려가고 있음에도 그 시절이 누린 여건들은 오직 그 시절만의 것이다.


혹자는 'Illmatic'을 힙합의 기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이것을 힙합의 이정표라 불렀다. 아예 'Illmatic'을 힙합 그 자체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 맞는 말이다. 루페 피아스코, 콸립 탈리, 위즈 칼리파, 알리샤 키스에게 큰 영향을 준 이 작품은 힙합 황금기의 단 하나 상징, 당돌한 터닝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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