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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r 28. 2018

Groovers' Pick Vol.5 (해외)

Andrew W.K., Hugh Coltman


Andrew W.K. [You're Not Alone]  


2001년, 피 끓던 20대 시절 ‘Party Hard’를 처음 들었을 때 들뜬 감정을 기억한다. 당시 앤드류 W.K.(이하 ‘앤드류’)의 음악은 직진하는 감성의 뻘밭이었다. 들썩이는 그루브와 폭풍처럼 몰아치는 일렉 기타, 웅장한 서사와 섬세한 피아노 선율이 모두 한 식구였다. 모던록과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과 팝이라는 장르 구분이 앤드류의 음악에선 무의미한 구분이었다. 17년 음악 생활에 정규작은 고작 5장. 그 이유는 전작 [55 Cadillac]과 본작 [You're Not Alone] 사이에 9년이라는 갭이 있어서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앤드류의 가치관은 성숙해졌고 음악 역시 그만큼 성장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로서 앤드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잡으려 한듯 보인다. 건반과 기타를 중심으로 쌓는 거대한 소리,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다부진 멜로디, 긴장감과 박진감을 동시에 불어넣는 멀티 트랙 보컬 등 대략 음악적 결자해지에 가까운 엄숙함이 이번 앨범에는 있다.



세 편의 나레이션을 포함 총 16트랙을 담은 이번 작품은 세간이 ‘콘셉트 앨범’이라 부르는 형식에 가깝다. 앤드류는 자신의 콘셉트 속에 투명하고 순수한 소리, 일련의 감정과 생각, 경험, 감각, 공포, 기쁨, 혼란 등을 모두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 안에는 ‘I Don’t Know Anything’ 같은 스트레이트 펑크도 있고, ‘The Party Never Dies’ 같은 감동의 아레나 록도 있다. ‘Party Mindset’은 팝 팬들에게도 어필할 이지리스닝 트랙이며 ‘The Devil’s On Your Side’는 프로그레시브록 팬들의 귀를 두드릴 만 하다. 기타 솔로에선 ‘Give Up On You’와 ‘Break The Curse’가 자웅을 겨루지만 MQS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You’re Not Alone]은 현지 음악 매체들의 한결 같은 칭찬을 등에 업은 앤드류의 역작이다. 어쩌면 자신의 5장 앨범들 중 최고일 것 같다. NME의 표현처럼 “긍정과 인내의 액기스”로 충만한, 더는 뛰어넘을 곳이 없는 앤드류 음악 세계의 첫 번째 방점. 9년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Hugh Coltman [Who’s Happy?]  


올해 45세인 휴 콜트만의 신작을 들으면 그의 나이를 다시 보게 된다. 키드 오리와 머디 워터스 즉, 뉴 올리언스 재즈와 시카고 블루스를 함께 구사해내는 그 구수한 취향은 자신보다 반 세기는 더 산 사람들이 즐겨 듣던 장르이기 때문이다. 게슴츠레 풀린 드럼, 빵빵한 브라스, 속삭이는 기타, 은밀한 올갠, 톰 웨이츠와 냇 킹 콜을 뒤섞은 목소리. 이쯤 되면 그의 음악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필할지 대략 감이 잡힌다. ‘All Slips Away’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언뜻 에드 시런과 잭 존슨의 팬들을 노리는 듯 보이지만 그 아래 앙상한 기타 연주는 분명 존 리 후커나 비비 킹, 버디 가이에 빚진 것이다. 결국 영국 싱어송라이터 휴 콜트만의 음악은 재즈와 블루스, 포크라는 가장 미국적인 장르들을 묶어 팝 센스를 뽑아내는 데서 오리지널리티를 노린다.



‘Civvy Street’에서 시작되는 13트랙이라는 숫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곡 수임에도, [Who’s Happy?]는 태연자약 듣는 자들의 시간을 능숙하게 훔친다. 이는 콜트만이 음악적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오로지 ‘복고’라는 한 가지 가치에만 집중한 덕에 가능했을 일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무덤에서 일어나 콜트만으로부터 마이크를 낚아챌 듯한 ‘Sugar Coated Pill’의 스윙감, U2도 울고 갈 ‘Ladybird’의 차분한 운치, 제프 버클리가 자신이 부르겠다고 달려올 듯한 ‘Little Big Man’이 모두 그 안에 있다. 휴 콜트만의 음악은 줄행랑 치지 않는다. 느긋하고 깊게, 그러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멈춰 세운다. 세련된 복고미랄까. 양립할 수 없을 법한 개념을 합방 시킨 그의 음악에는 자유의 포근함 같은 것이 숨어 있다. 귀뚜라미 소리를 가로지르며 고개를 드는 한밤의 재즈(‘Sleep Late’)가 MQS라는 배를 타고 블루스의 호수를 건널 때 휴 콜트만이 던진 질문은 그대로 답변이 된다. 누가 행복하냐고? 행복은 바로 이 음반을 듣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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