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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23. 2018

비니 폴

#22 Pantera, Vinnie Paul

Vinnie Paul, 1964.3.11 - 2018.6.22

다임백 대럴이 죽었대…” 


2004년 12월8일. 24년 전 존 레논 사망일과 같은 날 서울 신길역 퇴근길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친구로부터 들은 비보였다. 충격이었다. 나는 그루브메탈이라는 이름으로 임종 직전의 헤비메탈에 숨통을 터준 판테라의 팬이었고, 기타리스트 다임백은 바로 그 밴드의 브레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을 좋아하는 팬으로부터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니. 흠모하던 록스타를 동시대에 처음 잃어본 당시 내 기분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라도 떠나보낸 듯 참담했다. 그는 죽기 전 어정쩡한 컨셉의 데미지플랜(Damageplan)이란 밴드에서 내놓은 앨범 한 장을 유작으로 남기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세상을 떠났다. 


비니 폴은 알렉스 밴 헤일런을 좋아했다. 물론 다임백도 에디 밴 헤일런에게 영향받았다. 밴 헤일런도 형제 밴드, 판테라도 형제 밴드. 두 밴드는 닮은 점이 많았다.

그리고 어제(현지시각 6월22일) 다임백과 함께 판테라, 데미지플랜을 이끈 드러머 비니 폴이 사망했다. 향년 54세. 그는 14년 전 생을 마감한 다임백의 친형이다. 동생이 떠난 뒤 자신의 밴드인 레벨 미츠 레벨(Rebel Meets Rebel), 헬예(Hellyeah)를 이끌며 판테라 팬들의 향수를 달래주던 그가 돌연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에 나는 14년 전 겪은 망연자실과 또 한 번 맞닥뜨려야 했다. 다임백이 없는 판테라는 재결성을 한들 반쪽자리 판테라였지만, 이젠 남은 반쪽마저 사라졌으니 판테라는 그야말로 전설로만 남게 됐다.


어느 팬의 'Strength Beyond Strength' 드럼 커버. 비니 폴이 드럼을 못 친다고? 천만에!

  혹자는 드러머 비니 폴을 과소평가 한다. 아마도 동생이 워낙 출중한 탓이었을 게다. 그는 판테라에 있으면서 일각으로부터 그저 동생의 플레이를 뒷받침하며 동생의 연주에 묻어간 드러머처럼 오해받기 일쑤였다. 물론 그 판단은 잘못된 판단이다. 비니 폴은 그런 놀고 먹는 드러머가 아니다. 그는 알렉스 밴 헤일런(밴 헤일런)처럼 리듬을 가지고 놀 줄 알았고 닐 퍼트(러시)처럼 세련된 드러밍이 무엇인 줄도 알았다. 존 본햄(레드 제플린)과 믹키 디(모터헤드)로부턴 힘과 기교의 균형을 배웠으며, 데이브 롬바르도(슬레이어)를 듣고선 더블 베이스 드러밍의 제한 속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러머 혼자가 아닌 밴드에서 드러머가 어떤 연주를 해야 하는지에 관해 그는 피터 크리스(키스)와 토미 앨드릿지(오지 오스본)를 교본으로 삼았다.


91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몬스터스 오브 락'에서 비니 폴 최고 연주는 'Psycho Holiday'였다. 덜컹거리는 셔플 그루브가 일품이다.

그런 비니가 프로듀서 테리 데이트로부터 선물받은 탱탱하고 통렬한 드럼 톤을 등에 업고 지구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역시 판테라라는 밴드를 통해서였다. 앞서 말한, 드러머로서 기교보단 밴드의 음악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는 메이저 데뷔곡인 ‘Cowboys From Hell’을 비롯 'Mouth For War', ‘Walk’, '5 Minutes Alone', ‘I’m Broken’, ‘Revolution Is My Name’, 'Yesterday Don't Mean Shit' 같은 곡들로 보여주었다.  

  

또한 스네어 드럼을 배제하고 하이햇 카운팅과 베이스 드러밍을 엮어 곡 전반에 긴장감을 드리운 ‘Primal Concrete Sledge’에선 그의 창의성을, 알렉스 밴 헤일런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A New Level’에선 그의 순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비메탈 드러머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블래스트 비트 능력은 ‘Fucking Hostile’이나 ‘Suicide Note Pt. II’에서 가늠할 수 있었고,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올 듯한 ‘Strength Beyond Strength’의 추격감, 더블 베이스 드러밍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Becoming’에서 플레이는 헬예(Hellyeah)의 ‘Waging War’와 ‘Matter Of Time’ 같은 곡들로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I'm Broken'에서 다임백, 비니 형제의 호흡은 완벽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그랬다.

 비니 폴은 지상 최고의 테크니션은 아니었을지언정,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를 빛내는 데 있어선 탁월한 드러머였다. 밴드에 스스로를 부합시켜 팀을 부각시켰다. 소소한 기교들은 그 조화를 위한 전제였고 연주자로서 본인에겐 일상의 과제였다.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보내고 판테라 시절 플레이 색깔을 버리지못해 끊임없이 추억을 겉돌던 비운의 드러머. 어제 그는 어쩌면 14년을 그리워한 동생을 만나 ‘Cemetery Gates’를 합주했을지도 모른다. 이승에서 불발된 판테라 재결성이 저승에서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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