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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14. 2018

Valley Queen - Supergiant

록밴드를 하는 조니 미첼


밸리 퀸(Valley Queen)의 음악을 두고 언급되는 몇몇 이름들 중 당장 와닿는 건 조니 미첼과 플로렌스 웰치(Florence Welch)다. 이 얘기는 밸리 퀸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노래하고 곡쓰는 보컬 나탈리 캐롤(Natalie Carol)에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느슨하지만 힘이 있는 발음과 짙은 팔세토로 도금된 그의 창법은 정말 조니와 플로렌스를 합쳐놓은 듯 들린다. ‘Ride’에서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그냥 대충 불러도 듣는 사람을 압도해버리는 나탈리의 그 타고난 음색에 뿌리를 둔 것이다. 밴드는 이처럼 연약한 듯 강하고 우울하고도 희망적인 나탈리의 목소리로 일찌감치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될 수 있었고, 결성 4년만의 공식 데뷔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여기에 환상의 들녘에서 수확한 제목과 가사까지 첨부하면서 나탈리는 자신의 먼 조상인 조니 미첼을 한 번 더 생각나게 하는데, ‘Highway Pearls’는 앨범의 마지막에서 다짐처럼 그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밴드 이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탈리 곁에 바싹 붙어 그를 돕는 멤버는 숀 모론스(Shawn Morones)다. 그는 본 조비의 리치 샘보라처럼 기타를 치며 고음의 보컬 화음까지 제공해 덜 여물 뻔한 곡들을 챙긴다. 기타리스트로서 숀은 첫곡 ‘Silver Tongue’에서 산울림이 40여 년 전 들려준 퍼즈 기타를 뿜어내더니 곧바로 ‘Supergiant’를 통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파워팝 리프를 뽑아낸다. ‘Boiling Water’의 강렬한 로큰롤 사운드도, 컨트리팝과 드림팝이라는 전혀 다른 두 영역을 이어붙인 ‘Bedroom’의 마술같은 동침도 모두 다 성실하고 섬세한 숀 모론스의 기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밸리 퀸과 연관된 이름들 중 왜 닐 영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존재다. 



앨범 ‘Supergiant’의 녹음은 라이브에 가깝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미니멀 록밴드 구성은 ‘Carolina’가 증명하듯 활어(活魚)의 활기와 장르의 열기를 모두 머금어 힘차게 일렁인다. 스튜디오 앨범의 분위기가 NPR(National Public Radio)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s)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그만큼 인위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이 밴드가 추구한다는 얘기와 같다. ‘Gems and Rubies’에서 노래와 기타가 어떤 식으로 어울리는지 또는 노래가 기타를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 들어보라. 


혹자는 이들 음악이 레너드 스키너드와 블랙 크로우스, 멀게는 CCR까지 가져와 소울팝에 담금질한 것이라고 했다. 분명 이들은 밥 딜런과 사이먼 앤 가펑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이도 있었다. 힙합과 일렉트로닉이 유행하는 시대에 제대로 역행하는 스타일을 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먹히고 있다는 게 반전이다. 밸리 퀸은 반세기가 훌쩍 지났거나 그에 가깝게 나이든 장르들의 귀한 가치를 남 눈치 보지않고 품어 뜨겁게 부화시켰다. 이제 겨우 데뷔작인데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집단처럼 들리는 이유도 다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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