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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26. 2018

마티는 아직 죽지 않았다

Marty Friedman [Inferno]


「Undertow」는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고 격정적인 마티의 연주를 머금은 곡이다.


들어보고 별로면 쓰지 않고 넘어가려던 앨범이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앨범이 큰 만족을 주곤 했던 법칙 아닌 법칙은 유효해 다짐은 수정됐고, 나는 이 감상을 앨범 속 기타 솔로만큼이나 빠르게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빼앗기기 싫은 절정의 쾌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랄까. 마티 프리드만의 연주와 작곡력은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었고 기존보다 좀 더 치밀하게 앞으로 더 나아가 있었다.


댄직(Danzig), 칠드런 오브 보돔의 앨범을 손본 엔지니어 크리스 라케스트로(Chris Rakestraw)와 오페스(Opeth)의 믹싱을 담당했던 옌스 보그렌(Jens Bogren)이 마티를 도와 완성한 이 앨범은 그야말로 인정사정 없는 열연으로 끓어 넘치고 있다. 첫 곡 「Inferno」의 살기에 가까운 속주와 「Resin」의 강렬한 폴리리듬은 그런 앨범을 끄는 쌍두마차와 같다. 또 플라멩코를 하면서 메탈리카의 「Orion」을 커버할 정도로 메탈 팬이기도 한 로드리고 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가 거든 「Wicked Panacea」의 이국적 느낌은 스카이하버(Skyharbor)의 케샤프 다르(Keshav Dhar)가 이끌어낸 드젠트(Djent) 사운드를 위한 전조다. 이 모든 게 앨범 초반을 기적처럼 달궈주고 있다.


살기 어린 「Inferno」의 속주와 「Resin」의 강렬한 폴리리듬은 이 앨범을 끄는 쌍두마차다.


앨범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노래가 등장하는 「I Can’t Relax」에선 캐나다 록밴드 당코 존스(Danko Jones)의 동명 프론트맨이 마이크를 잡았다. 커팅과 마칭 리프가 공존하며 대중의 구미를 당길 이 곡에서 흥이 무엇인지 아는 당코의 보컬 스킬은 매우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당코는 나중에 「Lycanthrope」란 곡에서 칠드런 오브 보돔의 알렉시 라이호(Alexi Laiho)와 한 곡 더 부르게 되는데 이 역시 진국이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마티는 이 음반을 두고 강렬한 작곡의 영감과 격렬한 기타 연주를 언급했다. 노르웨이 아방가르드 밴드 샤이닝(Shining)의 리더 요르겐 문케비(Jørgen Munkeby)가 피처링한 「Meat Hook」은 바로 그 강렬함과 격렬함을 보증할 가장 확실한 증거다. 안소니 브랙스톤과 케니 지를 넘나드는 요르겐의 변태 같은 색소폰 연주. 그것은 태풍 같은 마티의 연주에 화룡점정을 찍어 준다. 내가 꼽는 베스트 트랙이다.


본작에서 캐코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건 「Hyper Doom」이지만 마티와 함께 캐코포니를 이끈 제이슨 베커의 곡은 저 뒤에 있는 「Horrors」다. 30년 가까이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이 기타 천재는 마치 <잠수종과 나비>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눈과 컴퓨터를 이용해 이 곡을 직접 썼다고 한다. 『Speed Metal Symphony』와 『Go Off!』를 함께 만든 제이슨이 그대로 느껴진다며 흥분한 마티는 여기에 기꺼이 살을 붙였고 결국 자신이 두 사람 몫의 애드립을 더빙으로 뿜어내며 앨범에서 가장 비중 있는 그리고 감동적인 곡으로 자리매김토록 했다. 정말 눈물 나는 우정이 아닐 수 없다.


노르웨이 아방가르드 밴드 샤이닝의 요르겐 문케비가 불어준 변태 같은 색소폰 연주는 「Meat Hook」을 베스트 트랙으로 꼽게 만든다.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집단을 속칭 '마사모(마티 프리드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 부를 수 있을 때 가장 흥미로운 피처링은 역시 A급 세션 드러머 그렉 비소넷(Gregg Bissonette)과 블루 머더 출신 베이시스트 토니 프랭클린의 우정 출연이다. 「Undertow」. 툴(Tool)의 앨범 제목과 같은 이 곡은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고 격정적인 마티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지점으로, 가만히 음미해보면 양수경과 엔카를 사랑하는 그의 취향을 만끽할 수 있다. 참고로 메가데스의 전 멤버 마티 프리드만의 솔로를 듣고 싶다면 「Sociopaths」를 추천한다. 여기 피처링한 테크니컬 데스메탈 밴드 레보케이션(Revocation)의 프론트맨 데이비드 데이비드슨(David Davidson)의 그로울링은 ‘반사회적 이상성격자’를 묘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는데 이 역시 귀 기울여보면 재밌는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Hyper Doom」은 마티가 제이슨 베커와 함께 이끈 캐코포니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까지 통틀어 “가장 치열하게 썼다”는 12트랙. 그의 장기인 듣는 사람 정신줄 놓게 만드는 기타 솔로와 확고하고 완벽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리프는 여전했다. 한동안 일본에서 반(半) 방송인으로 지내는 그를 보며 뮤지션으로서 행보가 조금은 불안했던 게 사실이었지만 기우였던 것 같다. 제이슨 베커도 마티 프리드만도, 둘은 아직 죽지 않았다(*Not Dead Yet).


* 'Not Dead Yet'은 제이슨 베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제시 바일(Jesse Vile) 감독의 2012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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