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Dec 05. 2018

전쟁 같은 음악

Method [The Constant]


언젠가 모 평론가의 트위터에서 이상한 트윗을 봤다. 그는 뜬금없이 세풀투라(Sepultura)와 슬레이어(Slayer)를 옹호하며 '그런지빠'들을 성토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란 것이 고작 “그런지가 헤비메탈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헤비메탈 밴드들이 죽자고 음악을 해오곤 있어도 그들 스스로 죽자 한 적은, 하물며 털썩 죽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지구상 그 많은 헤비메탈 밴드들을 졸지에 유령으로 만들어 버린 말 앞에서 나는 살짝 당황했다.


그런지 유행을 전후로 메탈리카(Metallica)는 블랙앨범을, 메가데스(Megadeth)는 『Rust in Peace』와 『Countdown to Extinction』을, 슬레이어는 『Seasons in the abyss』를, 그리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는 『Painkiller』를 발표했다. 바야흐로 헤비메탈이 대중을 향해 라이징 하는 시기였던 것. 이후 20년간 세계 헤비신은 이 밴드들을 십자가에 못 박고 불철주야 절차탁마를 거쳐 자신들만의 헤비사운드를 완성해왔다. 그런지의 주범인 너바나(Nirvana) 리더 역시 셀틱 프로스트(Celtic Frost)로부터 영향을 받아 『Bleach』를 만들었고, 비슷한 범주에 속했던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는 아예 형님들과 투어까지 돌았다. 그런지는 자신과 공존했을 뿐더러 영향을 주기까지 한 헤비메탈을 죽일 수 없었다. 말 자체가 궤변인 셈이다. 결국 해당 평론가는 그런지의 근원지를 잘못 짚은 것이다.


물론 환경은 우울하다. 헤비메탈 밴드들은 국적을 막론 대부분 그리고 여전히 배고프다. 그들은 음악에의 집념 하나로 버티고 버텨 앨범을 내고 공연을 치른다. 투잡을 뛰지 않으면 생계를 위협받지만 그 위협을 거름 삼아 그들은 다시 분노의 음악을 키워낸다. 그렇게 살아있는 메써드(Method)의 세 번째 앨범이다. 스래쉬 빅4(개인적으론 앤스랙스(Anthrax)를 빼고 테스타먼트(Testament)를 집어넣은 빅4를 인정하는 편이다)를 바탕으로 한 익스트림 헤비메탈이라는 자체 정의를 이 작품은 그대로 들려준다. 트윈 기타로 촘촘히 엮는 처절한 멜로디와 반전을 노리는 리프 훅, 집요하고 잔인해진 보컬, 질주와 서행을 오가는 든든한 리듬 파트는 이미 글로벌의 어느 지점에 서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엉성한 논리는 자칫 메써드 같은 밴드를 질식시킬 수 있다.


메써드의 음악은 분명 한국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데뷔 때부터 세계를 지향했고 지금도 지향점은 변함없어 보인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엉성한 논리는 자칫 메써드 같은 밴드를 질식시킬 수 있다. 메써드의 음악은 그저 한국인이 만든 세계적 장르일 뿐이다. 「The Division」과 「Wandering」, 그리고 「Desolation Across」의 구성력과 연주력을 나는 한국의 것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얽어 두고 싶지 않다. 막강 연타를 앞세운 김정호의 블래스트 비트(Blast Beat)도 물론이다. 1집의 핏빛 공명감과 2집의 모노톤 밀도감을 지혜롭게 섞은 북들의 톤은 유르겐(Jurgen 'Ventor' Reil)을 연상시키며, 손보다 정확하고 빠른 더블 베이스 킥은 레이몬드 헤레라(Raymond Herrera)와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가 무색할 지경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심벌들의 어울림인데 크래쉬와 차이나, 라이드와 하이햇 심벌들이 마치 멜로디 악기처럼 구체적으로 반응하는 지점은 이채롭다. 가령 끊임없이 심벌들을 괴롭히는 「Condemned a person to hell」같은 곡에서 그 극적 양상은 절정에 있다. 드러머가 의도했든 않았든 그것은 3대의 현악기와 그로울링/래스핑으로 칠갑된 수록곡들 자체의 시원한 통풍구가 되어준다. 이 앨범의 드러밍에선 심벌이 '갑'이다.


메써드의 음악은 전쟁 같다. 다크한 배트맨과 헤비한 베인의 전쟁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 앨범을 귀에 꽂았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침략과 파괴를 본질로 하는 전쟁, 그 절망과 비극의 소리 속에 한국 헤비메탈의 희망이 있다는 건 어쩌면 메써드라는 밴드가 짊어진 혹은 짊어지고 가야 할 존재의 역설일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티는 아직 죽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