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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Sep 03. 2019

대중의 부름에 응한 보컬 히어로

김성면 '눈빛만 들려'


중학생 시절, 친구들이 오태호의 '사랑과 우정사이'를 얘기할 때 나는 김성면이 쓴 '어느 가을날의 시'를 더 아꼈었다. 두 곡 모두 피노키오 1집에서 김성면이 불렀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이미 '슬프도록 아름다운'과 '소유하지 않은 사랑'을 연거푸 히트시킬 싱어송라이터 김성면을 만났던 것이다. 


그 노래 잘하고 잘 나가던 김성면은 그러나 4집 [Sweet Storm]을 끝으로 파산과 우울증을 겪은 뒤 대중의 곁을 떠났고 세월은 무려 13년을 달음질쳤다. 그 사이 뮤지컬 출연과 실용음악학과 초빙교수 활동, 드라마 OST 참여, 그리고 몇몇 TV 출연을 했는데 몸도 마음도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김성면은 대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필요로 한다는 현실에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한다. 


'눈빛만 들려'는 그의 군악대 후배인 작사가 김상익(이승철의 '그 사람'을 쓴 바로 그 인물)의 권유를 통해 나온 결과물로, 김성면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후배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곡은 마음껏 증명하고 있다. 마치 진정한 예술, 훌륭한 예술은 고통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진리라고 얘기하듯 김성면은 바로 어제까지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처럼 "이렇게 만나기 위해 너무 먼 길을 왔다고" 노래한다. 부드럽고 고요한 음색, 코러스에서 폭발하는 가창력이 여전하다. 돌아온 그를 환영하며 다시 '어느 가을날의 시' 같은 곡을 들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 싱글 리뷰는 2017년 6월 1일 '네이버뮤직-이주의발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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