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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Sep 03. 2019

대중과 호흡하는 국악

음악그룹 나무 진주 공연

음악그룹 나무는 대금연주자 이아람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악 트리오다.


지난 7월 마지막 날은 진주시에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리버사이드 나이트콘서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비에선 신명 넘치는 퓨전 국악 공연 한마당이 펼쳐졌으니 바로 음악그룹 나무(‘나무’)의 무대였다.


나무는 3인조다. 대금 연주자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이자 음악감독인 이아람을 중심으로 통영 출신 타악주자 황민왕, 베이시스트 최인환이 뭉쳤다. 사실 이아람과 황민왕은 국악그룹 블랙 스트링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다시 말해 그룹 나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를 이수한 허윤정 명인 뒤에 잠시 숨어 있던 이아람이 주연으로서 전면에 나선 국악 팀인 셈이다.


9살 때 피아노를, 11살 때 대금을 잡은 이아람은 음악그룹 나무의 리더이자 국악그룹 블랙 스트링의 멤버, 다국적 극단 ‘UnikaJi’ 음악감독,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동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호기심과 오기’에서 찾는다는 그는 인도 타악기인 따블라 명인 자키르 후세인, 반수리 명인 하리프라사드 차우라시아, 그리고 방글라데시 출신의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을 자신이 흠모하는 예술가 3인방으로 꼽는다.


타악 연주자 황민왕은 충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통영인’ 황민왕은 국가무형문화재 제82-라호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이기도 하다. 연희집단 ‘The광대’의 동인이며 ‘2013년 KBS 국악대상’ 연주 단체 부문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다. 태평소와 장구, 소리에 아쟁까지 못하는 게 없는 천생 국악인이다.


이날 콘트라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를 번갈아 잡아가며 국악의 정통성에 현대성을 가미한 베이시스트 최인환은 뮤지션 김현철과 함께 무대에 섰고,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가수 알리의 세션 베이시스트로서도 활약했다. 국악인과는 대금 연주자 전지현과 협업한 적이 있다.


이날 공연장엔 제법 많은 진주시민들이 나무의 국악 연주를 보러 왔다.
공연장 밖은 이미 어두워진 상황. 하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공연은 시간을 어기지 않고 제때 시작했다. 진주의 남녀노소가 국악의 현재를 확인하기 위해 예술회관을 찾은 이날, 그룹 나무는 황민왕이 멋들어지게 불러 젖힌 앙코르 ‘진주 난봉가’를 뺀 총 7곡을 부르고 연주했다. ‘Part 01’, ‘북청아리랑’, ‘따그다다’, ‘4번곡’, ‘Steppe Road’, ‘양류가’, ‘Both Sides’가 그것들로, 이중 4곡은 2016년 12월에 발표한 [양류가(Song Of Willow)]에 실렸던 작품들이다. 나머지 ‘Part 01’과 ‘따그다다’, ‘4번곡’은 음원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공연에선 선봬는 그룹의 낯익은 레퍼토리다.


이아람의 처연한 대금 연주가 이끌어간 그날 우리네 소리는 베이스라는 서양 악기의 우직한 지지와 강력한 흥을 불러일으키는 타악의 파상공세 속에서 덧없이 흘러갔다. 영화 <서편제>를 떠오르게도 한 구름 같은 대금의 멜로디는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국악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포근하면서도 맹렬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현장. 국악은 음반 속 녹음보다 현장에서 연주를 들어야만 참맛을 알 수 있는 장르라는 것도 이날 공연은 전했다. 손 장구를 비롯해 황민왕이 감행한 아찔한 장단의 해체는 국악이 왜 날것이어야만 비로소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굳이 마이크가 없어도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할퀴고 가는 그 뜨거운 고동과 담담한 음률은 ‘현장’이라는 배경 아래서만 누릴 수 있는 청취자들의 특권인 것이다. 봐야만 들리는 음악. 그것이 바로 우리의 국악이다.


나무는 2016년 12월에 정규앨범 [양류가]를 발매했다. 이날 그들은 해당 앨범에서 4곡을 들려주었다.


2018년 서울남산국악당의 상주단체로 활동하며 기획, 제작한 ‘실크로드 굿’으로 제25회 무용예술상 무대상을 수상한 음악그룹 나무는 인도 5개 도시 투어를 끝내고 9월 캐나다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이날 진주에 울려 퍼진 나무의 소리는 이미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이 글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2019 웹진 17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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