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호텔 캘리포니아' 이글스의 또 다른 명곡
미국의 국보급 밴드 이글스의 1973년작으로, 그들의 두 번째 앨범 [Desperado]에 수록됐다. 비틀즈의 존 레논, 폴 맥카트니 콤비에 견줄 만한 밴드의 두 핵심 멤버 돈 헨리와 글렌 프레이(보통 '헨리-프레이'로 일컫는다)가 함께 작곡했고, 노래는 글렌 프레이가 불렀다. 글렌 프레이는 2016년 1월 18일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폐렴, 그리고 궤장성 대장염 등 합병으로 67세 나이에 눈 감았다.
원래 두 사람은 데뷔 앨범 [Eagles](1972)에선 함께 작곡하지 않다가 데뷔작 녹음이 끝나고 공동 작곡의 필요성을 느껴 뭉쳤다. 언젠가 돈 헨리는 이 곡이 글렌의 곡이라 믿는다며 이런 말을 했다.
이 곡을 만들 당시 데킬라 선라이즈라는 칵테일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글렌은 그 유행에 기대 곡을 만드는 건 너무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니, 생각을 달리 해봐. 넌 데킬라를 스트레이트로 밤새 마셨고 그러다 새 아침이 밝은 거야!"라고. 글렌은 생각을 고쳐 먹었고 그렇게 이 위대한 곡이 태어난 것이다. 돈 헨리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 넉넉한 드럼 비트, 감미로운 보컬 화음으로 진행되던 곡이 브릿지(Bridge, 절과 후렴을 이어주는 짧은 멜로디-필자주)에 닿았을 때 글렌은 '용기를 한 잔 더 줘(Take Another Shot Of Courage)'라는 가사를 읊조린다. 여기서 '용기(Courage)'는 데킬라를 뜻하는데, 평소 그들이 이성에게 말을 걸 때 연거푸 마시곤 했던 데킬라를 '즉각적 용기(Instant Courage)'라 불렀기 때문이다. 곡에선 그 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용기를 내기 위한 한 남자의 심정으로 은유됐다. 노래는 계속 흐른다.
왜 진정 원하는 건 절대 이뤄지지 않는 걸까. (Wonder Why The Right Words Never Come.)
이 오래된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 듯 해. 틀만 바뀌어갈 뿐. (This Old World Still Looks The Same. Another Frame.)
서정적인 기타와 부드러운 화음도 좋지만 이 곡은 이처럼 가사에도 향을 입혔다. 피아노와 현악으로 맛을 낸 앨범 타이틀 곡 'Desperado'를 쓴 같은 주에 글렌이 소파에서 기타를 튕기다 영감을 얻은 불멸의 명곡. 그 노래는 글렌 본인 말대로 "억지스럽지 않고 불필요한 코드가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곡이었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Recipe 글라스에 떠오른 해(sun)를 마시다!
데킬라는 선인장 용설란 줄기 즙에 설탕과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 멕시코 술로, 여과한 뒤 2차례 증류를 거치면 알코올 도수 40% 발효 증류주가 된다.
데킬라 종류엔 2~10년간 숙성시킨 아녜호(añejo), 2개월~1년 동안 숙성한 레포사도(reposado), 오크통에서 2개월 숙성된 골드(gold), 따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 한 실버(silver)가 있지만 그중 최고는 최소 51% 용설란으로 만든 데킬라다.
데킬라 선라이즈 재료
데킬라 1.5온스 (45ml), 오렌지 주스 4온스 (120ml), 그레나딘 시럽1/2 온스 (15ml), 오렌지 슬라이스 1조각. 블루베리 적당량.
멕시코의 정열을 고스란히 담은 데킬라 선라이즈는 이름처럼 해가 뜨는 모습을 형상화 하고 있다. 석류 과즙과 설탕으로 만든 무알콜 그레나딘 시럽과 오렌지 주스의 비중 차를 이용해 아름다운 일출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데킬라 선라이즈는 분위기 있는 곳에서 이성에게 어필할 때 마르가리타와 함께 가장 많이 권하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여심을 사로잡아온 데킬라 선라이즈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하이 볼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운 뒤 테킬라 1.5온스(45ml)와 오렌지주스 4온스(120ml)를 넣는다. 그리고 데킬라와 오렌지주스를 살짝 저어 그레나딘 시럽 1/2온스(15ml)를 글라스 안쪽 벽면으로 조심스럽게 붓는다. 조금 있으면 시럽이 아래로 가라 앉으며 오렌지색 그라데이션(하나의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 변하는 단계-필자주)이 생긴다. 끝으로 오렌지 슬라이스와 블루베리로 가니쉬(garnish, 완성된 음식의 모양이나 색을 좋게 하고 식욕을 돋우기 위한 곁들임 재료-필자주) 하고 스트로로 살짝 저어 마시면 된다.
혹 술이 약한 사람은 데킬라를 빼고 오렌지주스와 석류 시럽만 넣어 '무알콜 선라이즈'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도 데킬라는 낯선 곳에서 불안을 진정 시켜주는 술이니만큼 소량을 넣어 마셔보기를 권한다.
소주에 삼겹살, 맥주에 치킨이 더 친숙한 한국사람들. 가끔은 분위기 좋은 바에 앉아 기분을 내 보는 건 어떨까. 열정의 데킬라 선라이즈 한 잔으로!
글, 사진, 칵테일 제조/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 이 글은 인터넷언론사 <단디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