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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28. 2020

근래 들은 괜찮은 앨범들 6장

해리빅버튼, 존 스코필드 외


해리빅버튼 [Dirty Harry]




2부가 예고된 이 미니앨범은 음악으로 쓴 영화 리뷰다. 제목 ‘Dirty Harry’는 돈 시겔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남긴 명화 <더티 해리(Dirty Harry)>(1971)를 가리키면서 밴드 이름도 살짝 곁들여진 결과적 언어유희다. 보컬과 기타,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맡은 이성수는 <더티 해리> 외에도 올리버 스톤이 각본을 쓰고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을 맡은 1983년작 <스카페이스(Scarface)>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조지 밀러의 역작 <매드맥스2:로드 워리어(Mad Max 2)>(1981), 조지 A. 로메로의 78년작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 한 잭 스나이더의 2004년작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와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았고 스스로가 배우이자 감독인 벤 스틸러가 메가폰을 잡은 1994년작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까지 소스로 다뤘다. 크레딧에선 ABTB의 최근 앨범에서 실력 발휘를 한 타이탄 스튜디오(오형석)의 이름이 보이고, 유연식이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갓스맥과 블랙 라벨 소사이어티를 장전하고 좌절과 파멸, 파괴와 방황을 노래한 이 작품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신념의 배수진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허망한 자기연민이 짙게 배어있다.



김주환 [Skyfall]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즈 스탠더드들을 해석해온 보컬리스트 김주환이 이번엔 영화팬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추억에 잠길 유명 테마들을 가져와 맛있게 비볐다. 애덤 리바인과 아리아나 그란데, 아델과 글렌 한사드부터 스팅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카를라 브루니와 랜디 뉴먼까지 파고드는 이 우수에 찬 스윙 바다는 차분하지만 뜨거운 재즈라는 음악이 어떤 매력과 힘을 가졌는지 또, 김주환이라는 보컬리스트가 어디까지 자신을 표현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에 가깝다.



밴드 88 [Riff-Raff]




부산 출신인 이 팀의 싱글 ‘환상특급’(2018)을 인상 깊게 들은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오래 기다렸을 터다. 음반을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터져나오는 타이틀 트랙 ‘리프라프’는 뉴 오더의 ‘Blue Monday’를 때깔 좋게 오마주 해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듣는 이들이 직관할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그들 음악엔 뉴웨이브와 신스팝이 사방팔방을 장악하던 시절, 롤러 스케이트장과 나이트 클럽으로 대표되는 청춘의 문화 정서가 인처럼 박여 있다. 80년대 팝 세계를 알고 싶거나 그 세계가 그리운 사람들 모두에게 환영받을 작품이다.



밥 딜런 [Rough And Rowdy Ways]




밥 딜런이 경이로운 건 79세라는 나이에 39장째 앨범을 발표했다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흔히 양은 질을 수반한다고들 말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일. 2000년대 들어 거의 데뷔 초기 수준의 수작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는 이 거장은 [Tempest](2012) 이후 8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에서 포크와 블루스, 리듬 앤 블루스와 아메리카나를 톰 웨이츠처럼 빚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기어이 또 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 대한 현지 평단의 흥분 지수는 만점 일색의 별점들(BBC, 가디언, 모조, NME 등), 그리고 까다롭기로 소문 난 피치포크조차 9점(10점 만점)을 흔쾌히 투척했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70대 거물급 뮤지션이 자신의 70대를 멋있게 닫고 있는 아주 훌륭한 음반이다.



존 스코필드 [Swallow Tales]




존 스코필드가 재즈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에게 바치는 앨범이다. 앨범에는 헌정의 주인공인 스티브 스왈로우와 드러머 빌 스튜어트가 함께 했다. 세 사람은 스코필드의 2003년 트리오작 <EnRoute>와 쿼텟으로 녹음한 2016년작 <Country For Old Men>에서 이미 함께 한 바 있다. 흠모해온 거장과 함께 앨범을 냈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에릭 클랩튼이 비비 킹과 발매한 2000년작 [Riding With The King]이나 마크 노플러와 쳇 앳킨스가 어울린 1990년작 [Neck And Neck]을 떠올리게 한다. 조 패스나 짐 홀에 버금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연주 세계를 가진 스코필드의 기타는 그가 ECM에 있든 버브나 임펄스에 있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앨범 내내 증명하고 있다. 펑크(funk)와 블루스가 재즈라는 멍석 위에서 어떤 식으로 놀면 되는지, 이 앨범을 들으면 대략이나마 알 수 있겠다.



램 오브 갓 [Lamb Of God]




램 오브 갓의 10번째 작품 제목은 셀프 타이틀이다. 팀내 또는 음악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뜻일텐데 자세히 보니 드러머가 바뀌었다. 번 더 프리스트 때부터 함께 해온 크리스 애들러가 나갔고 그 자리엔 프롱의 전 드러머 아트 크루즈가 앉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사람만 바뀌고 음악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렁이다 곤두박질치고 덜컹거리면서 내달리는 스래쉬/그루브 메탈의 전형이다. 게스트로 참여한 척 빌리(테스타먼트)와 제이미 제스타(해잇브리드, 킹덤 오브 소로우)는 램 오브 갓의 음악 스타일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간접으로 고백하는 지점일 터. 크리스 애들러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아트 크루즈의 솜씨가 램 오브 갓의 셀프 타이틀을 멋쩍지 않게 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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