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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15. 2020

내가 좋아한 자드(Zard)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 1967.2.6 - 2007.5.27)

2007년 5월 27일. 나는 도쿄에 있었다. 그땐 일본어를 할 줄 몰랐지만 아침 뉴스 영정 사진 속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의 모습은 뚜렷한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말이 필요 없는 비보였고 할 말을 잃게 만든 급사였다. 내가 제이팝을 좋아하게 된 계기이자 이유였던 자드(Zard) 보컬의 죽음. <슬램덩크(SLAM DUNK)>를 보다 들은 엔딩테마 '마이프렌드(マイフランド)'에 이어 그녀의 생전 목소리를 찾아 들으며 ‘나만의 자드를 한 번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팬이라면서, 난 여태 그거 하나 정리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Good-bye My Loneliness



1991년 2월 10일 발매한 자드의 데뷔 싱글. 90년대 히트제조기로 불린 오다 테츠로(織田哲郎)가 작곡했다. 팝과 하드록의 공존, 혼성 밴드라는 자드의 특징이 음악 전체에 균형감을 심어주는 가운데 차분하게 고백하는 사카이이즈미의 가사와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아련하다.



 In My Arms Tonight



밴드의 다섯 번째 싱글. 곡은 튜브(TUBE)의 기타리스트 하루하타 미치야(春畑道哉)가 썼다. 자드는 이 곡으로 오다 테츠로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 헤비메탈에 가까운 기타 톤&리프와 나란히 걷는 피아노 인트로는 사카이 이즈미도 “인트로를 듣는 것만으로 뭉클해지는, ‘완소곡’ 중 하나”라며 아꼈던 것이다. 



마케나이데(負けないで, 지지마)



당시 연애에 관한 이야기만 써와서 ‘이번엔 좀 다른 걸 써보자’고 생각하던 즈음 이 곡의 템포를 듣고 “응원가 같다”는 이미지가 떠올라 단숨에 가사를 썼어요. 예의 다른 싱글들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도 맘껏 즐기면서 썼던 곡이죠

사카이 이즈미 

자드의 여섯 장째 싱글이자 자드의 대표곡. 스네어를 찢을 듯 박력있는 드러밍과 슬라이딩 리프, 작렬하는 기타 솔로는 두 팔 걷은 사카이 이즈미의 ‘응원’에 힘을 더해준다. 이 곡은 학교 운동회부터 월드컵 같은 국제 경기에까지 쓰이며 일본의 ‘국민 응원가’로 알게 모르게 자리매김해있다. '마케나이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큰 위로를 건넨 곡이기도 하다. 



키미가 이나이(君がいない, 네가 없어)


'마케나이데'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발표한 일곱 번째 싱글. 곡을 쓴 싱어송라이터 쿠리바야시 세이치로(栗林誠一郎)는 자신의 91년작 [You Never Know]에 이미 같은 제목으로 이 곡을 수록한 바 있어 결국 자드의 곡은 ‘커버’로 공인되었다. 오리콘 차트 상위에서 15주간 머물렀으며, 80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려 밴드의 역대 싱글 판매고 7위에 기록됐다. 오프비트로 차오르는 어쿠스틱 기타의 생동감과 센스 있는 브라스 삽입은 곡의 뼈대를 이룬다. ‘니가 없는’ 쓸쓸함을 떨쳐내려는 듯 사카이 이즈미의 보컬은 어떤 즐거움마저 머금고 있다.



모스코시 아토스코시…(もう少しあと少し…, 조금 더 조금만 더…)



피아노와 하드록 기타가 만나는 자드만의 서정적 인트로. 불륜을 소재로 삼은 밴드의 아홉 번째 싱글이다. 93년 9월 13일자 오리콘 차트에서 마키하라 노리유키(槇原敬之)의 [No.1]에 7570장이 뒤져 2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후지TV 프로 <트리비아의 샘, 기막힌 잡학(雑学)(トリビアの泉 〜素晴らしきムダ知識〜)>에 삽입되기도 했다. 



킷토 와스레나이(きっと忘れない, 절대 잊지 않아)



혼성팀의 장점을 살린 코러스 인트로는 언제 들어도 좋다. '모스코시 아토스코시…'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발표, 판매고 80만장을 넘기며 밴드의 역대 다섯 번째 히트곡이 된다. 드라마 <백조 레이코입니다!(白鳥麗子でございます!)>의 엔딩 테마로 쓰였고, 곡 제목은 사카이가 죽은 해인 2007년 8월 15일 발간된 <자드 오피셜 북>의 타이틀로 쓰였다. 자드를, 사카이이즈미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팬들의 마음을 그녀는 이처럼 밝은 목소리로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마이 프렌드(マイフレンド)



일본 뿐 아니라 한국의 90년대 중반도 농구 열풍으로 몰고 간 이노우에 타케히코(井上雄彦)의 대표작 <슬램덩크(SLAM DUNK)> 애니메이션판 엔딩 테마로 쓰였다. 이 싱글의 초판 판매고는 자드의 역대 최고 기록이며 그 인기는 결국 싱글의 밀리언 셀러까지 돕는다. 전체적으로 '마케나이데'풍 응원가 느낌이지만 다른 점은 '마케나이데'가 페트병 들고 “이겨라! 이겨라!” 외치는 분위기라면, 이 곡은 경기를 앞둔 친구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고 “끝까지 지켜볼게” 다독이는 쪽에 있다. 더불어 우린 이 곡을 통해 자드 최고의 기타 솔로를 들을 수 있다. 



코코로오 히라이테(心を開いて, 마음을 열고)



디스토션 먹인 일렉트릭 기타는 여전히 저변에 깔려있지만 이 곡은 피아노가 주도한다. 96년 '포카리스웨트' CM송으로 쓰여 큰 인기를 얻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제품의 94년 CM송으로 쓰인 딘(DEEN)의 '바라보지마'와 95년 CM송으로 선택된 필드 오브 뷰(FIELD OF VIEW)의 '갑자기(突然)' 가사를 모두 사카이 이즈미가 썼다는 사실이다. 



아노 호호에미오 와스레나이데(あの微笑みを忘れないで, 그 미소를 잊지마)



92년 9월 2일 발표한 자드의 세 번째 앨범 [Hold Me] 수록곡. 특히 팬들이 좋아하는 곡으로 사카이 이즈미 생전 베스트 앨범 투표에선 5위, 사후 베스트 앨범에선 1위로 뽑혀 실렸다. 물론 사카이 본인도 이 곡의 가사를 많이 아껴 그녀 사망 직후 나온 추모 음반 [Soffio di vento 〜Best of IZUMI SAKAI Selection〜](2007년 8월 15일 발매)에도 예외없이 실렸다.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한 가사, '킷토 와스레나이'와 '마이프렌드'를 절반씩 섞은 듯한 인트로 코러스와 보컬 멜로디가 언제 들어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곡이다. 



Don't You See



자드의 19번째 싱글로 1997년 1월 6일 발매됐다. 자드 곡들 중 가장 입체적인 리듬과 편곡이 돋보이는 트랙으로,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애니메이션 <드래곤 볼 GT> 엔딩 테마로도 쓰였다. 애수어린 멜로디와 비트감이라는 자드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곡.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帰らぬ時間の中で)'가 B사이드로 실린 'Don't You See' 싱글은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 1위에 올라 14주간 해당 차트에 머물렀다.



에이엔(永遠, 영원)


일본식 정통 발라드. 완벽한 멜로디로 무장한 코러스 라인은 한 번 들으면 각인될 ‘이지리스닝’의 전형이다. 당시 인기리에 방송된 니혼(日本)TV 드라마 <실락원(失楽園)>의 주제곡으로 쓰였으며, 싱글 커버의 필체는 원작의 저자 와타나베 쥰이치(渡辺淳一)가 직접 붓으로 써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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