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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11. 2020

비틀스도 흠모한 로큰롤 제왕

리틀 리처드


리틀 리처드의 연주는 로큰롤 음악과 가사가 한결같이 찬양해온 그 자유분방함의 완벽한 구현이었다.

래리 스타, 크리스토퍼 워터먼 <미국대중음악> P.288


모든 예술 장르에는 그 길을 앞서 닦은 개척자(Pioneer)들이 있게 마련이다. 대중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즈의 루이 암스트롱, 블루스의 머디 워터스, 일렉트로닉의 크라프트베르크, 팝의 마이클 잭슨, 힙합의 디제이 쿨 허크, 솔(Soul)의 레이 찰스, 헤비메탈의 블랙 사바스.


5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린 로큰롤에도 당연히 그런 ‘시대를 앞서 나간’ 사람이 있었다. 리처드 웨인 페니만. 음악 팬들에겐 리틀 리처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그는 자신의 직계인 제리 리 루이스와 일렉트릭 기타 영웅 지미 헨드릭스의 우상이었다. 또 비틀스와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의 음악적 특징은 물론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의 외향적 특성 역시 리처드의 폭탄 같은 성대, 짙은 화장과 퐁파두르(긴 앞 머리에 볼륨을 주는 머리 모양새) 스타일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그런 리처드의 대표곡은 열두 마디 블루스 형식에 기반한 ‘Tutti-Frutti’와 ‘Long Tall Sally’. 그는 이 두 곡을 앞세워 척 베리와 보 디들리, 팻츠 도미노와 함께 로큰롤의 선구자가 됐다. 특히 성(性)적 가사와 별개로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Long Tall Sally’에서 고함에 가까운 팔세토 샤우팅, 두드림에 근접한 ‘외다리’ 부기우기 피아노 연주는 그야말로 “팝의 본질을 정의” 내렸고, 그 본질은 급기야 “외향적이고 격렬한 로큰롤의 새로운 정신”으로 대중음악사에 새겨졌다.



이 곡이 담긴 1957년작 [Here’s Little Richard]를 두고 ‘롤링스톤’의 창간 편집자 마이클 리든(Michael Lydon)은 팝 음악의 모든 장르가 담긴 작품이란 뜻에서 “로큰롤의 줄기세포”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9일(현지시간) 로큰롤 킹 리틀 리처드는 테네시주 툴라호마에서 골수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 이름이 너무도 역사적이어서 누군가는 아직 살아있었는지도 몰랐을 그의 나이는 향년 87세. 광기와 패기로 휘둥그레지던 눈동자, 10대 때 믹 재거를 전율시킨 그 창법과 퍼포먼스, 믹의 친구 키스 리처즈의 표현대로 “로큰롤의 참정신(True Spirit Of Rock’n Roll)”을 세상에 모두 이식한 거인 한 명이 또 이렇게 쓰러졌다.


로큰롤의 또 다른 이름, 리틀 리처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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