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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Sep 11. 2020

가까이 있어 돌보지 못했던 ‘자연’을 노래하다

전유동 [관찰자로서의 숲]

전유동의 데뷔작은 음원과 책으로 발매됐다.


'2020년의 천용성' 같은(천용성은 이 앨범의 소개글을 썼고 아예 앨범 속 코러스에까지 참여했다)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은 2015년에 데뷔했다. 그땐 클라우즈 블록(Cloud's Block)이라는 이름을 썼고 몇몇 자작곡을 발표했으며 간간이 공연도 했다. 5년 뒤, 클라우즈 블록은 본명 전유동으로 새 출발선에 선다.


너무 가까이 있어 돌보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과 자연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전유동


이 앨범을 만든 목적이다. 그러니까 들판과 하늘을 사랑하기 위해 풀 한 포기부터 사랑하겠다는 저 다짐은 어쩌면 앨범을 넘어 전유동이 음악을 하는 목적일 수도 있다.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끝을 맞은 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환기 시키기 위해 그는 스스로의 감성을 그렇게 음악에 꾹꾹 눌러담았다. 


에릭 클랩튼의 ‘Change The World’를 닮은 곡 제목을 빌자면 그것은 결국 ‘전유동이라는 제목의 추상화’ 또는 ‘75 데시벨’의 한 구절처럼 “마음을 비움으로 채운” 음악이다. 또한 그 음악은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나미의 ‘슬픈 인연’의 기타 인트로가 함께 스치는, 그러면서 루시드 폴의 스산함마저 머금은 ‘이끼’의 주제(“나 자신을 나로서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와도 통한다.


전유동의 데뷔작은 인천대공원에서 참새들과 함께 녹음한 ‘참새는 귀여워’로 시작한다. 이 소소하면서 거대한 자연에의 감탄은 그러나 마지막 곡 ‘딱딱한 열매’에 이르러 자연을 훼손한 인간에의 분노로 바뀐다. 이렇게 이 앨범의 시작과 끝은 자연이다. 자연은 “아픔에 면역되지 못해 쉬 상처받고 비틀거리는” 이 시대 청춘들을 다독이는 ‘The Beetle’에도 있고 ‘타이타닉’의 잭 도슨이 로즈 도슨에게 들려준 “올지 모를 누군가를 고요히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앨범의 하이라이트 ‘억새’에도 있다. 어쨌거나 전유동 음악의 기저엔 자연이 있다. 그 자신이 “음악이라는 다정하고 따스한 능선”을 오르기 위해 목적으로 상정한, “가까이 있어 돌보지 못한” 바로 그 자연.



전유동은 그 자연을 더 구체적으로 노래하기 위해 과거처럼 어쿠스틱 사운드를 고집하지 않고 밴드 사운드를 받아들였다. 바로 음악에 “에너지와 생명력”을 입히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렉트릭 기타를 든 프로듀서 단편선이 가세했고 터키 전통악기 카눈,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파두와 라우드를 두루 다루며 전유동에게 큰 힘을 준 파제, 최근 ‘꿈의 소곡집’이라는 자신의 앨범을 발표한 복다진의 우쿨렐레와 피아노, 과거 박재준과 리듬터치(Rhythm Touch)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했던 박재준(드럼)과 송현우(베이스), 그리고 ‘4월이라는 제목의 초상화’에 깊이를 더해준 조은길의 콘트라베이스와 하늘에선 of 쓰다선의 비올라가 함께 했다. 전유동은 이번 밴드 편성으로 기존에 발표한 ‘무당벌레’, ‘4월이라는 제목의 추상화’, ‘따오기’를 새로 편곡했다. 혹 이 곡들에서 당신이 어떤 “에너지와 생명력”을 느꼈다면 만든 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은 것이다.


앨범 ‘관찰자로서의 숲’에는 ‘전유동 노래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한 권이 딸려 있다.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인 피지컬 CD 대신 음원과 책으로 음악 팬들을 마주 하겠다는 창작자의 의지다. 책에는 작품에 수록된 곡들 가사는 물론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노랫말들을 비롯해(“노랫말이 글로만 읽혔을 때 곡 안에 담긴 메시지가 어떤 느낌으로 전해질지 궁금했다”) 작자가 곡을 쓰기 위해 평소 해둔 습작, 그리고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이어져온 생각의 파편들을 담은 창작후기(또는 작가노트)가 첨부됐다. 전유동의 음악에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그렇게 돌고돌아 우리가 안착한 곳은 다시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가 대하는 만큼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막 대하면 자연도 인간에게 고통을 주고, 우리가 애지중지 하면 자연 역시 인간을 감싸안는다. 지금 우리 일상을 좀먹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원인이 환경 파괴이고 신종 바이러스 창궐의 예방책이 환경 보호임을 알 때, 우리가 미처 돌보지 못한 자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앨범의 의의와 가치는 당신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큰 것일지 모른다. 물론 그 바탕엔 전유동이 노트 8권을 할애한 끝에 수확한 좋은 시와 음악이 있다. 


*이 글은 책 ‘관찰자로서의 숲: 전유동 노래의 기록’에서 부분 인용을 거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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