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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7. 2016

Suede - Night Thoughts

스웨이드처럼 20년 이상 지속된 밴드가 6장 이상 앨범을 낼 때 거기에는 어떤 패턴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보통 팀의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데뷔작과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2집 사이에서 ‘마스터피스’가 한 장 쯤은 나오고(‘Suede’와 ‘Dog Man Star’), 이후 대중을 의식하며 팝 스타일을 도입한 뒤(‘Coming Up’), 매너리즘에 빠져 졸작도 수작도 아닌 어정쩡한 범작(‘Head Music’과 ‘A New Morning]’을 내놓는 식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방황하다 팀에 따라선 수렁을 벗어나는 수작 한 장을 불쑥 발표하기도 하는데 스웨이드 경우엔 11년 만에 선보인 ‘Bloodsports’가 그랬다. 오래 활동한 밴드들의 작품 활동은 대략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브렛 앤더슨(보컬)은 서둘듯 새 앨범 제작 의지를 비쳤고, 키보디스트 닐 코들링이 “런던과 브뤼셀에서 풀 스트링 섹션(full string section)을 녹음했다”는 멘트를 이어 남기며 그 의지는 가시화 되었다. 프로듀서는 데뷔작 ‘Suede’부터 근작 ‘Bloodsports’까지 스웨이드의 주요작들에 힘을 실어준 에드 불러(Ed Buller). 포스트 펑크 밴드 프리미티브스(The Primitives)의 91년작 ‘Galore’를 시작으로 프로듀서 세계에 발을 담근 그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와 펄프(Pulp) 등과도 작업한 베테랑이다.

“‘Coming Up’의 기타 팝과 ‘Dog Man Star’의 침울한 텍스처”가 뒤섞였다는 혹자의 평가처럼 스웨이드 전성기의 그 시린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새 앨범 ‘Night Thoughts’는 음을 넘어 영상까지 동반한 콘셉트 앨범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분노, 그리고 절망이 담긴 영상 연출을 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영국 음악지 NME(New Musical Express)의 전속 사진사 로저 사젠트(Roger Sargent). 스웨이드의 신작은 그가 감독한 쇼트 필름 12편을 그대로 음악에 대입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눈으로 보는 음반’인 것이다. 데뷔 앨범의 첫 곡 ‘So young’과 느낌은 달라도 제목은 비슷한 ‘When you are young’부터 웅장한 ‘The fur & the feathers’까지, 이번 앨범은 버나드 버틀러가 없어도 가장 스웨이드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브렛 앤더슨과 리차드 옥스(리드기타/피아노)의 자신감 같은 것이라고 나는 느꼈다. 

앨범 두 장을 낭비(?)하고 강산이 바뀌는 세월을 넘어 다시 옛 감성, 감각을 되찾은 스웨이드의 근래 두 번째 복귀에 영국 가디언의 필자 캐롤린 설리반은 “부적응자들이 이룬 또 하나의 승리”라는 찬사를 던졌다. 개인 취향이 우울한 ‘Learning to be’이든 쾌활한 ‘Like kids’이든, 그 ‘승리의 음악’에 적응하는 일은 이제 전 세계 브릿팝 팬들이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리라.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스웨이드가 돌아왔다. 


원문 - 전성기로 돌아간 스웨이드의 콘셉트 앨범 [Night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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