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Feb 01. 2016

Dream Theater-The Astonishing

콘셉트 앨범의 종결자

때는 서기 2285년 미국. 세상을 지배하는 측(The Great Northern Empire)과 그에 저항하는 측(Ravenskill) 사이 대립을 콘셉트로 잡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씨어터의 통산 13번째 정규 앨범이 지난 1월29일 공개되었다. 현대사회에서 기술(technology)의 역할을 되돌아 본 이번 앨범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Thrones)’과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영감 받은 것으로, 그야말로 믿기 힘든(astonishing) 구성과 반전으로 넘실댄다. 해외 평단에서도 난리가 났다. 헤비메탈 전문지 메탈해머(Metal Hammer)는 이 앨범을 “미친 짓에 가까운 야심작”이라 했고, 평점 만점을 준 독일의 음악지 메탈글로리(Metal Glory)는 “완벽한 마스터피스”라며 본작을 극찬했다. 내 생각도 같다. 이것은 드림씨어터가 존경하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과 후(The Who)의 ‘Tommy’에도 견줄 만한 걸작이라 나는 감히 단언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콘셉트 앨범'은 이들에게 그리 낯선 장치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드림씨어터라는 밴드의 콘셉트 자체가 이미 ‘콘셉트’였다. 가령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네오-느와르 스릴러 '환생(Dead Again)'에 영감 받아 만들었던 콘셉트 앨범 즉, 롤링스톤(Rolling Stone)지가 선정한 ‘역대 최고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에서 러쉬의 '2112'와 예스의 'Close to the Edge'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는 그들이 지향한 '콘셉트'의 정점이었다. 8개의 제자리표(naturals)와 5개의 변화표(accidentals)를 가진 키보드 옥타브를 음반 전체에 응용한 'Octavarium'도, 각 곡들에 저마다 다른 픽션을 담은 'Systematic Chaos'도 모두 흥미로운 스토리와 심각한 의지를 담은 콘셉트 앨범들이었다. 이처럼 그들은 습관처럼 콘셉트를 지향했고 또 구축했다.

더블 앨범에 34트랙. 러닝타임 130분 37초. 밴드의 리더 존 페트루치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물량 면에서나 구성 면에서나 역대 드림씨어터 행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토리 에이모스가 2007년작 ‘American Doll Posse’에서 했던 것처럼 뮤지컬 배우가 된 제임스 라브리에(보컬)는 스토리에 등장하는 메인 캐릭터 8명을 홀로 ‘연기’해내었고(재즈 오페라 록 넘버 ‘Three days’를 들어보자), 데렉 쉬리니안이 메우지 못한 케빈 무어의 자리는 팔색조 프레이즈를 엮어내는 조단 루데스(키보드)가 완전히 꿰찬 느낌이다. 밴드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마이크 포트노이는 또 다른 불세출 테크니션 마이크 맨지니(드럼)로 인해 기억 저편에 머물게 되었으며, ‘한국인 3세’로서 한국인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은 베이시스트 존 명은 'Images and Words' 때부터 합류한 라브리에와 함께 페트루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89년 데뷔작 ‘When Dream and Day Unite’부터 짧게는 2년, 길어야 3년 간격으로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온 드림씨어터. 헤비니스와 서정미 사이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의 또 다른 모델을 고민, 표현해온 그들의 27년 활약은 아델과 뮤즈, 마이클 잭슨과 이승환이 신세를 진 어레인저 겸 지휘자 데이비드 캠벨이 이번 작품에 함께 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기존 스타일과 새로운 스타일을 버무린 그것은 세상 그 어떤 밴드도 범접할 수 없을 그야말로 ‘꿈의 극장(dream theater)’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음악 세계다. 마치 이 한 장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온 것인가 싶을 만큼 이번 앨범은 흠 잡을 곳도, 흠 잡힐 일도 딱히 없어 보인다. 고 신해철이 넥스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음악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나는 앨범을 듣는 내내 ‘존재(being)’와 ‘세상(world)’, 그리고 ‘라젠카(LAZENCA)’를 부르짖었던 대한민국의 한 록커를 떠올렸다. 그가 그리웠다. 

드림씨어터는 헤비메탈 밴드이지만 제한된 음악 장르는 그들의 일부를 말해줄 뿐이다. ‘대서사시’라는 문학 장르와 ‘진보(progressive)’라는 사상 개념이 백지의 전제라면 '헤비메탈'은 그 백지 위 그림을 위한 붓이다. 마치 모네(Claude Monet)의 ‘수련’처럼, 드림씨어터의 신작은 예술가가 혼신을 쏟았을 때 남길 수 있는 단 하나 명작의 운명을 닮았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친구-3rdMiniAlbum 'Snowflak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