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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19. 2021

록키드의 과거 여행

Weezer [Van Weezer]



80년대와 90년대에 10~20대를 거친 사람들은 비슷한 아날로그 추억을 갖고 있다. 내 경우 브라운관으로 온갖 일본 로봇 만화를 즐겼고 오락실에서 한 판에 50원 했던 게임에 넋을 잃기도 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과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에 열광하며 가슴 설렜던 것도 퀸과 본 조비, 너바나와 메탈리카 테잎을 틀어놓고 록 스타를 동경했던 때도 바로 그 시절, 80년대와 90년대였다.


위저(정확히는 리버스 쿼모)가 약속한대로 앨범 한 장을 또 내놓았다. 굳이 '또'라고 말하는 건 지난 1월 오케스트라 팝 앨범 'OK Human'을 이미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위저의 2021년 두 번째 신보 제목은 'Van Weezer'. 당연히 밴 헤일런(Van Halen)을 향한 오마주이고 실제 앨범에는 지난해 세상을 등진 에디 밴 헤일런의 기타 주법을 추억한 곡들이 있다. 가령 'The End Of The Game' 같은 곡에서 리버스는 인트로 태핑 기타 솔로와 하모닉스를 곁들인 메인 리프로 에디를 기리면서 'OU812' 수록곡 'When It's Love'의 신시사이저 멜로디를 합창으로 재연했다. 리버스는 또 'Beginning Of The End'에선 짧은 하모닉 기타 솔로를 밴 헤일런의 'Dreams'에 헌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앨범 전체가 밴 헤일런만 기억하는 건 아니다. 밴 헤일런은 리버스 자신이 어린 시절 팝과 더불어 사랑했던 하드록/헤비메탈을 음악으로 논하려 꺼내든 상징일 뿐이다. 올해로 지천명을 맞은 리버스가 그렇게 키스와 블랙 사바스, 메탈리카를 들으며 그들을 진지하게 동경했던 때가 바로 80~90년대였다. 그리고 그는 저들에 버금가는 재능으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자신만의 밴드와 음악을 만들어 또 다른 누군가의 록 스타가 되었다.



앨범 'Van Weezer'는 위저 음악의 반쪽(어쩌면 그 이상)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기 위한 가이드다. 'No One Else', 'Why Bother?', 'Hash Pipe', 'This Is Such A Pity', 'Rulling Me', 'Ain't Got Nobody'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운드, 구성, 멜로디로 가득하다. 먼저 공개되어 80~90년대 아날로그 세대에게 어필한 첫 곡 'Hero'가 예고하듯 이 작품은 한 록키드가 음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영화로 치면 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처>나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겠고, 위저의 곡에서 따지면 'Heart Songs'의 앨범 버전 쯤 되겠다.


긍정과 희망으로 빚어낸 'Van Weezer'는 시종 유쾌한 음반이다. 누군가에겐 유치할 수 있을 멜로디, 패러디가 이 앨범의 심장이다. 그리고 쿼모의 가사는 지금은 아득한 록과 헤비메탈 전성기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예컨대 모터헤드의 82년작 'Iron Fist'가 뜬금없이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믹 재거와 메리앤 페이스풀, 에어로스미스와 엘에이 건스도 곡들 간 다른 맥락에서 앨범 내 공통 맥락으로 어느새 수렴된다. 'Blue Dream' 같은 곡에선 아예 오지 오스본의 'Crazy Train' 메인 리프를 능청스럽게 변주했고 위저의 'Beverly Hills'를 닮은 'All The Good Ones'의 기타 리프는 분명 조앤 제트의 'I Love Rock 'N' Roll'에까지 닿아 있다. 어둡고 습한 헤비 다운 피킹 속에서 한 떨기 멜로디 꽃을 떨구는 '1 More Hit'가 이 앨범의 주제라면 상쾌한 'I Need Some Of That'은 그 진지함을 상쇄하는 부록 같은 주석이다. 위저는 하드록/헤비메탈 키드 이전에 파워 팝, 팝 펑크 밴드이기도 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잇단 두 곡 'Sheila Can Do It'과 'She Needs Me'를 통해서도 살뜰히 챙겼다.


하드록 에너지로 가득한 앨범의 마지막 곡 'Precious Metal Girl'은 의외로 어쿠스틱 트랙이다. 이번 15집이 헤비한 4집('Maladroit'), 멜로딕한 1집('Weezer (Blue Album)')과 비교 평가된 부분적 이유가 바로 저 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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