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할아버지와 수박'

by 김성대


Music "90년대 한국 록 아이콘, 강산에가 추억하는 '할아버지'"


강산에를 보면 소설 '임꺽정'과 '장길산'이 떠오른다. 너털웃음 같은 창법, '할많하않' 따위 무시하는 꼿꼿한 직설, 남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움, 타오르는 정의감, 무엇보다 바람 같은 활기와 바위 같은 '깡'에서 그렇다.


강산에는 노래 소재를 잘 찾는 뮤지션이다. 남들은 허투루 보아 넘길 수도 있는 연어의 모습에서 그는 힘찬 인생의 심줄을 본다. 때론 분단의 현실과 부친의 사연에서 '...라구요' 같은 가슴 찡한 이야기를 캐내기도 하고, '삐딱하게' '태극기' '공부해서 남주자!'가 실린 앨범 '삐따기'에서처럼 세상을 냉소할 땐 누구보다 가열차게 일갈한다. 따뜻한 목소리로 "넌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주다가도 "더 이상 더는"이라며 반전(反戰)을 외치기도 하는 음악 의적(?) 강산에. 그는 1990년대가 낳은 한국 록의 결실, 결정체였다.


강산에의 무기는 거침없이 내지르는 목청이다. 그는 신중현과 산울림, 윤도현과 안치환 사이 어딘가에서 바로 그 목청에 기반한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준다. 자본주의를 유쾌하게 비꼬는 '문제' 같은 곡에서 들을 수 있듯 그런 그의 노래는 힘차면서 씁쓸하다. 태산 같은 기운으로 갑갑한 현실을 뚫어낸다. '명태'와 '와그라노'에선 함경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비벼내고, 장르에선 레게와 보사노바, 재즈와 아프로비트, 로큰롤과 모던 포크, 우리네 국악을 넘나 든다. 강산에의 음악은 구속을 지양하고 자유를 지향하는 작법, 창법의 정서를 머금어 가식의 저편에서 인식과 한편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고 고단한 누군가의 곁에 흐르고 있다.



그의 가사엔 가식이 없다. 가령 '억지'라는 노래에 일말의 억지스러움도 없다는 것은 강산에 노랫말이 지닌 긍정적 역설이다. "2x7=14, 2x8=16..." 구구단을 외다 끝내 '이구(2x9)아나'로 결론짓는 엉뚱함도, '사막에서 똥'이라는 곡에서 가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사("사막에서 덩 너 반나")에 담긴 대책 없는 '아재 개그'도 모두 그의 가사가 지닌 맑은 해학이다.


'할아버지와 수박'도 마찬가지다. '...라구요'와 '예럴랄라'가 수록된 데뷔작 속 이 곡은 강산에가 어린 시절 좋아한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신나는 로큰롤 리듬에 따뜻한 브라스(Brass, 금관 악기)를 뒤섞은 음악 위로 "복덕방 내기 장기에서 이긴 할아버지가 해질 무렵 콧노래 흥얼거리고 큰기침하시며 한 손에 수박 들고 돌아오시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음악에서나 생각에서나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기분 좋은(그러면서 묘하게 찡한) 강산에 노래의 진수가 바로 이 곡에 있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Recipe "여름 음식의 별미, 수박화채"


쌀 다섯 말(40kg)을 주어야 살 수 있는 과일이 있었다. 수박이다. 수박은 고려 때 송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문헌에 전해진다. 수박은 조선 초까지 서민이 접하기 힘든 귀한 과일이었다.


박과에 속하는 1년생 채소인 수박은 4월에 파종해 7~8월에 수확한다. 수분만 94%를 함유한 수박은 비타민A와 C는 물론 몸 흡수력이 좋은 당질까지 포함해 여름 갈증 해소에도 으뜸이다.


수박은 덩치가 큰 만큼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어야 제 맛이다. 어릴 적 엄마는 수박 한 덩어리를 자르면 늘 가운데 잘 익은 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드리고 나에겐 빨간 속보다 흰 껍질이 많은 부분을 주셨다. 할아버지는 그런 엄마 몰래 잘 익은 수박을 나에게 바꿔 주시곤 했다. 물론 난 일절 망설임 없이 그 빨간 수박을 받아 들고 씨를 요리조리 뱉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런 나에게 할아버지는 씨도 몸에 좋으니 먹으라 하셨지만 씹을수록 풋내 나는 수박씨가 난 싫었다. 수박씨에도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해 말린 뒤 볶아 먹기도 한다는 건 한참 나중에 안 사실이다.


잘 익은 수박 고르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엄지와 검지로 튕겨 가장 맑은 소리 나는 녀석을 고르는 것이다. 너무 많이 익은 수박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또 줄무늬가 뚜렷하고 윗부분이 둥그렇게 생긴 수박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박은 원래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너무 차게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지만, 온도가 낮을수록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적당히 차게 하는 건 수박을 맛있게 먹는 비결이다. 또한 수박 당도는 껍질 쪽으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수직 대신 꼭지와 배꼽을 비켜 자르면 흰 부분이 적어져 단맛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맛있는 수박을 먹고 나면 껍질이 처치 곤란일 때가 있는데 수박껍질은 음식물 폐기물 분리배출 규정상 가연성 유형으로 분류돼 소, 돼지, 닭 등의 뼈나 조개, 소라, 전복 등 껍데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배출해야 한다.


수박화채 만들기


재료

수박 속 450g, 수박주스 750g, 복숭아 1개, 포도 20알, 레몬즙 1큰술, 설탕 3큰술, 탄산음료 300ml, 얼음 적당량



1. 수박 자르기 (스쿠프)

- 수박을 스쿠프로 둥글게 떠낸다.

- 남은 과육은 씨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믹서에 넣는다.

- 믹서에 설탕 3큰술을 넣고 곱게 갈아 준다.


2. 과일 손질하기

- 포도는 껍질을 벗긴다.

- 복숭아는 물기를 뺀 다음 스쿠프로 둥글게 떠낸다.


3. 화채 만들기

- 큰 그릇에 수박주스를 넣고 얼음 반을 넣어 섞는다.

- 레몬즙과 탄산수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4. 그릇에 담기

- 그릇에 화채를 담아 나머지 얼음을 넣고 손질한 과일을 올린다.


글,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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