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월간 만화지 '애프터눈'에 2002년부터 3년간 연재한 작품이다. 주인공 이치코가 고향인 도호쿠로 돌아와 산나물, 채소 등으로 직접 요리를 만들어먹는다는 게 기본 줄거리로, 이는 이와테현 오슈시에서 겪은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실제 만화에 나오는 요리들 역시 대부분 작가가 만들어본 것들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과 한국에서 영화로도 나왔다. '중력 피에로', '뱀의 사람'을 연출한 모리 준이치가 메가폰을 잡은 일본 버전은 60분 남짓으로 완성한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작을 2편씩 묶어 개봉했는데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2015년 2월에,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은 같은 해 5월에 각각 선보였다.
한국 버전은 2018년에 나왔다.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유명한 임순례가 맡았고 '아가씨'의 김태리와 '더 킹', '택시운전사'를 찍고 합류한 류준열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교사를 꿈꾸며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와 직접 만든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줄거리를 담은 임순례의 12번째 작품은 일본 것과 달리 한 편에 사계절을 모두 담았다.
경상북도 의성군과 군위군에서 촬영한 임순례의 '리틀 포레스트'에는 음식 영화에 걸맞게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줄을 잇는다. 혜원이 고향에 오자마자 마주한 허기를 채워준 배춧국을 비롯해 배추전, 수제비, 꽃 파스타, 아카시아 꽃 튀김, 쑥갓 튀김, 달걀 샌드위치, 김치전과 두부전, 막걸리, 떡볶이, 무지개 시루떡, 감자빵, 크렘 브륄레, 양파 통구이 등이 당시 극장 관객들을 배고프게 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원작자인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저작권 계약을 하며 내건 조건 2개다. 하나는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말 것, 두 번째는 일식이 포함될 것. 영화 속에서 혜원이 오코노미야키와 밤 조림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다.
이번 글의 주제인 오이채 콩국수는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버전에서 폭염이 마을을 뒤덮기 시작한 한여름에 등장하는 음식이다. 오이와 콩국으로 혜원이 열심히 요리를 하는 동안 영상 위로는 일렉트로닉 소품곡이 하나 흐르는데 그 제목 역시 '오이채 콩국수'다. 재생 길이가 1분이 채 되지 않는 밝고 따뜻한 이 곡을 만든 사람은 바로 이준오. 스스로 프로듀싱과 디제잉을 맡은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캐스커(Casker)의 리더다.
부산 출신인 이준오는 원래 퍼즈건(Fuzzgun)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가 군대 간 사이 남은 멤버들이 새 팀을 만들어 버렸는데 그 밴드가 바로 앤(Ann)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준오는 홀로 전자 음악에 본격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이준오는 원맨팀 캐스커를 만들어 '철갑혹성'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캐스커의 데뷔작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일렉트로닉 명반으로 회자된다. 캐스커는 데뷔한 이듬해 보컬 이융진과 건반 주자 이진욱을 영입해 3인조로 거듭났다. 이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Fragile Days'라는 곡을 삽입하면서 캐스커는 한국 대중과 거리를 좁혔다.
이준오는 캐스커 활동 외에도 엄정화, 박지윤, 성시경, 이소은과 작업하기도 했다. 2014년엔 솔로 앨범 'Shift'도 발매했는데 이때 이름은 본명 대신 'Juuno'를 썼다. 그는 영화 음악에도 소질이 있어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2001)에서 음향을 맡은 이후 '더 테러 라이브'(2013), '제보자'(2014), '패션왕'(2014), '더 폰'(2015) 등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그러니까 '리틀 포레스트'는 이준오가 '제보자' 이후 4년 만에 임순례 감독과 다시 손잡고 만든 사운드트랙이었던 것이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무더운 여름이 오면 얼음이 동동 뜬 콩국수가 생각난다. 걸쭉한 소스 같은 콩국은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맛. 시원 걸쭉한 콩국 한 숟갈 뜨고 나면 혀 안에 감도는 콩국물이 침과 만나 진한 소스처럼 깊은 맛을 낸다.
나에게 콩국수는 할머니와의 추억이기도 하다. 어릴 적 할머니와 오일장을 갈 때면 소금으로 간한 콩국물에 곱게 채 친 우뭇가사리를 만 콩국수 한 대접을 천 원에 먹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콩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탱글탱글한 우뭇가사리만 골라 먹었었다. 아마도 진한 콩국이 입안에 돌아다니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오늘은 옛 기억을 살려 콩국을 한 번 만들어볼까 한다. 단, 과거 시장에서 먹었던 콩 대신 병아리콩을 쓸 것이다. 병아리콩은 병아리 머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해 붙여진 이름으로, 콩들 중에서도 콜레스테롤 저하 기능이 높고 단백질, 인, 칼슘, 철, 비타민B9이 풍부하다. 병아리콩은 당질도 많이 머금고 있어 열량이 높다.(100g당 361kcal.)
그리고 면(국수)은 영화에서 혜원이 응용한 것처럼 여름 대표 채소인 오이를 곱게 채 쳐 쓴다. 달면서 성질이 찬 오이는 산뜻하고 아삭한 맛이 무더운 여름과 잘 어울릴뿐더러 노폐물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 음식 재료로 알려져 있다. 계절 따라 나는 음식으로 시식(時食)을 한 우리 조상들은 칠월이면 오이소박이, 오이깍두기 등을 담아 먹었다. 무려 95%가 수분으로 이뤄진 오이는 영양가는 낮되 칼륨과 비타민C가 많다.
오이채 콩국수 만들기
재료
불린 병아리콩 300g, 오이 2개, 볶은 참깨 30g, 잣 10g, 소금 5g, 생수 3컵, 병아리콩 삶은 물 2컵.
1. 병아리콩 삶기
병아리콩은 씻어 5배 물을 붓고 6시간 이상 불린다.
불린 병아리콩 300g을 냄비에 넣고 물 1200mL를 부어 13분 정도 삶는다.
병아리콩 삶은 물 중 2컵을 담아두고 나머지 삶은 물은 버린다.
2. 잣 볶기
마른 팬에 잣을 넣고 살짝 볶아 키친타월 위에 올려 한 번 문지른다.
3. 오이 손질하기
오이는 소금에 문질러 씻은 다음 6cm 길이로 잘라 소금 넣은 물에 10분 정도 담가 둔다.
오이를 돌려 깎은 후 둥글게 채 썰어 준비한다.
4. 콩물 만들기
삶은 병아리콩, 소금, 볶은 참깨, 잣, 병아리콩 삶은 물 2컵, 생수 3컵을 믹서에 넣고 갈아준다.
5. 그릇에 담기
그릇에 오이채를 넣고 병아리콩 콩물을 부은 뒤 얼음을 넣는다.
글,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