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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7. 2022

2022년, 새 앨범이 기대되는 뮤지션들

서태지, 이소라, 빅뱅, 토이

문학, 영화, 음악, 미술 어느 예술 분야에서든 다작과 과작 작가가 있게 마련이다. 전자의 경우 홍상수처럼 1년에 2편 이상을 선보이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팬들을 목 빠지게 만드는 후자 쪽은 심할 경우 아바(Abba)처럼 8집에서 9집까지 이르는데 무려 40년이 걸리기도 한다.


정규 앨범 기준으로 서태지, 이소라, 유희열(토이)은 올해로 모두 8년째 새 앨범(각각 10집, 9집, 8집)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이는 6년째('Made Series'에서 따지면 7년째) 정규 앨범을 내놓지 않고 있는 보이밴드 빅뱅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임인년 새해를 맞아 '과연 올해엔?!'이라는 심정으로 이들 네 뮤지션/그룹의 새 앨범 발매를 전망해보려 한다.



서태지, "절망하지 마, 반드시 찾아낼 테니"


서태지가 자신의 딸 '담이'가 자란 모습을 상상해 만든 9집 커버.


2017년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는 서태지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러니까 임백천이 사회를 봤던 MBC '특종! TV연예'에 출연해 '난 알아요'를 부르고 평점 7.8점을 받은 다음날부터 한국 대중음악 패러다임을 바꾼 지가 올해로 30년이 된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 "원로가수"라 자학하며 본인이 전한 근황에 따르면 그가 돌아오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10집을 추동할 영감의 부재, 다른 하나는(아마도 지구상 모든 은둔 예술가들의 고민일)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다. 그나마 그가 '올해는 돌아올 것'이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건 늘 예고 없이 컴백했다 은퇴했다 다시 컴백한 그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랩 댄스, 얼터너티브 록과 하드록, 헤비메탈과 뉴메탈, 힙합, 테크노와 하우스 등 재즈나 알앤비/솔 정도를 빼곤 웬만한 주류 대중음악 장르는 다 건드려본 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서태지의 최근작인 9집 앨범에는 여자 아이가 한 명 그려져 있다. 그 그림은 앨범 발매 두 달 전 만난 자신의 딸이 7살쯤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그리고 '담이'로 알려진 그 딸은 올해로 딱 그 그림만큼 컸다. "절망하지 마, 반드시 찾아낼 테니" 9집 수록곡 '잃어버린'의 가사처럼 그의 음악도 딸의 성장만큼 성장해 반드시 자신의 데뷔 30주년을 자축해주길 팬들은 바라고 있다.



이소라, 6년째 잠들어 있는 "그녀 풍의 9집"


2016년 9집 선공개 곡처럼 발매됐던 싱글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김동률의 음악성과 이소라의 감성이 만나서 완성된 노래


2016년 싱글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에 붙은 뜨뜻미지근한 소개글 중 일부다. 이 소개글은 이소라의 아홉 번째 앨범이 "그녀 풍의 9집"이 될 것이라는 정보도 함께 말해주었다.


하지만 2년 뒤 로이킴과 부른 'October Lover'가 "그녀 풍의 가을 노래"로 소개되며 9집의 제목이 가졌던 진정성(또는 진실성)은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이듬해엔 BTS의 슈가가 피처링한 '신청곡'도 이소라 9집 수록곡으로서가 아닌 "2019년의 첫 발표곡"이라고만 소개돼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이소라는 이후 드라마 삽입곡들에서만 노래하며 2016년에 예고한 "그녀 풍의 9집"을 6년째 묵히고 있다.


2017년 6월,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제작발표회에서 이소라는 "9집 앨범도 빨리 내도록 하겠다. 지금 돈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며 "몇 년 동안 노래를 받고 녹음하고 새 노래를 받는 과정이 나도 힘겹다"는 말을 했다. 분명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좀 더 완벽한 걸 보여주려 취했다 버렸다를 반복하는 눈치다.


정말 올해는 들어볼 수 있을까. 나온다면 어떤 느낌의 이소라가 팬들의 머리와 가슴을 채워줄까. 체념과 번뇌로 가득했던 6집처럼 갈지, 분위기에서 산들바람과 칼바람이 교차했던 7집 패를 다시 꺼낼지, 아니면 '쳐'라는 곡으로 대표된 8집의 헤비 록 스타일로 계속 갈 건지, 그냥 다 리셋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김현철, 조규찬, 고찬용을 찾을 것인지. 무엇이 됐든 우린 그저 하루빨리 아홉 번째 "그녀 풍" 신작을 듣고 싶을 뿐이다.



빅뱅, 그룹의 이미지 회복과 팬데믹 장기화 여부가 관건


빅뱅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남아있는 'Made'


2020년 3월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은 YG엔터테인먼트와 세 번째 재계약을 했다. 재계약한 그해 이들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로 컴백할 예정이었지만 때마침 터진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며 복귀는 무산됐다. 물론 승리의 탈퇴와 멤버들의 입대도 팀의 컴백을 미뤄야 했던 이유였다. 아니 어쩌면 6년이라는 긴 시간은 전 멤버인 승리와 현 멤버인 탑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로 추락한 그룹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긴 자숙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YG는 4인조 빅뱅과 재계약하고 8개월 뒤 리더 지드래곤이 "새 앨범 준비에 한창"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음악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세 멤버(지드래곤, 태양, 대성)가 똑같이 2017년 이후 솔로작을 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솔로로도 팀으로도 짧게는 5년, 길게는 6년째 이들은 적어도 표면적으론 창작의 전원을 끄고 있는 상태인 것.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말 빅뱅 팬덤 'VIP'는 YG 사옥 앞에서 "VIP는 빅뱅 완전체 4명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YG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재계약을 했지만 현재까지 소속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인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내건 트럭을 앞세워 시위를 벌였다. 그만큼 지금 팬들은 그룹의 오랜 침묵에 뿔이 나있는 것이다.


빅뱅이 들고 올 음악 소스는 비교적 예측이 수월한 편이다. 모르긴 해도 하우스, 퓨처 베이스 같은 일렉트로닉과 힙합이라는 마니아 성향과 알앤비, 팝이라는 대중 성향을 두루 탑재한 음악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One Of A Kind'나 '쩔어'의 스웩과 '뱅뱅뱅', 'Fantastic Baby'의 그루브, 그리고 '눈, 코, 입'의 가슴 저미는 분위기가 모두 담기면 베스트겠지만 글쎄, 결과물은 오직 결과물 그 자체로만 증명될 테니 팬들은 좀 더 기다려보는 수 밖엔 없을 것 같다.



유희열(토이), "아빠, 음악 안 해?"


뮤지션 유희열의 '다 카포'가 절실하다


토이의 다른 이름인 유희열은 토크쇼 사회자,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예능 패널, 회사 대표로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한마디로 남의 음악을 봐주거나 소개하고 남의 노래와 음악을 심사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음악은 멀어지고 있는 것.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언젠가부터 외국 갈 때 출입국신고서 직업란에 '뮤지션'이라고 쓰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모름지기 직업이란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뜻하는 것이거늘, 자신이 과연 뮤지션이라고 쓸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얘기다. 실제 그는 어느 날 "아빠, 음악 안 해?"라는 딸의 질문에 죄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게 벌써 4년 전 일이다.


하지만 지난 일곱 장 앨범으로 워낙 출중한 실력을 보여온 만큼 유희열의 음악을 향한 팬들의 기다림, 기대감의 온도는 쉬 식진 아닐 것이다. 어느 사이 대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나 '여전히 아름다운지' 같은 발라드를 다시 들려줄 수도 있고 '좋은 사람' 같은 애틋한 사랑 노래, 아니면 '뜨거운 안녕'처럼 신나는 이별 노래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물론 유희열이라는 음악가에서 비롯될 그 모든 아이디어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 분대 규모의 게스트 보컬들을 통해 표현되리라.


토이 7집 제목은 'Da Capo'였다. 이는 '처음으로 돌아가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로, 토이로서 음악을 하던 처음 순간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유희열의 다짐을 표현한 말이었다. 8년째 뮤지션으로서 공백기에 접어든 지금은 초심까진 아니어도 '음악가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다시, 뮤지션 유희열의 '다 카포'가 필요한 때다.



* 이 글은 ize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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