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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29. 2022

지구의 위기를 통찰한 20세기 록 사운드

Muse [Will Of The People]


고백할 게 있다. 나는 이 앨범을 처음 듣고 개인 SNS 계정에 '졸작' 투로 잘라 말해버렸다. 첫 곡이 마릴린 맨슨의 'The Beautiful People' 판박이에 곡들 여기저기에서 기존의 뮤즈, 과거의 매튜 벨라미 식이라는 셀프 클리셰가 난무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정은 유보했어야 하는데 나는 조급하게도 이내 번복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지금은 그 말을 지웠지만, 어쨌거나 처음엔 이 작품을 색안경 끼고 대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토록 오랜 세월 우리를 지배한 서구 제국과 자연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만큼 (지난 수 년간은)우리 모두에게 두려운 시기였다. 이 앨범은 그런 두려움과 차후 닥칠 것에 대한 준비, 개인적인 탐색이다

매튜 벨라미


그러니까 나는 이 앨범을 대여섯 차례 더 반복해 듣고 쓸 만한 가치가 있다 판단한 끝에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았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Will Of The People'은 꽤 괜찮은 작품이다. 'The 2nd Law'와 'Drones'의 부진을 벗어난 밴드가 'Simulation Theory'에서 살아나는가 싶더니 이번 작품에선 아예 자신들의 지난 음악적 스타일, 품어온 주제 의식의 끝판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전염병(팬데믹)과 유럽에 드리운 전운(戰雲), 대규모 시위와 폭동, 위기의 서구 민주주의, 반대로 날로 콧대가 높아가는 권위주의, 자연 재해 등 현재 지구에 산재한 이슈들을 다룬 이번 작품은 요컨대 우리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화두로 매우 록적인 진격을 펼친다.


지난 앨범 'Simulation Theory' 리뷰에서 썼듯 뮤즈의 리더인 매튜는 언제나 기술 문명의 공포, 요한계시록, 전쟁의 파국, 정부의 압제와 민중의 저항 등을 음악의 주제로 다뤄왔다. 그리고 거기엔 은근한 자조와 자각이 늘 배어있었다. 신작에서도 매튜는 자신의 관심사를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는 팬데믹 시대에 겪은 고립의 공포를 자신이 오랜 기간 좋아한 소설가 스티븐 킹의 '미저리'와 '샤이닝'에 빗대며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식 분노를 그 안에 심었다. 매튜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번지르르한 과학적 주장이 팬데믹을 이론적으로 해체시키는 사이 사람들(People)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비극에 더 관심을 두었다. 신보는 바로 그 실질적 피해자들의 누락된 의지(Will)를 음악으로 표현하려 한 것에 가깝다. 가령 "증오의 쓰나미가 우리를 익사시킬 것"이라고 노래하는 마지막 곡 'We Are Fucking Fucked'는 그런 매튜의 생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앨범 전체에 스며있는 분노와 불안, 의심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튜는 헤비메탈과 신스팝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전자는 젠트(Djent) 그루브를 구사한 'Won't Stand Down'과 중반부에서 스래쉬(Thrash Metal)적 접근을 감행한 'Kill Or Be Killed'가 대표하고 싱글로서 매력을 가진 'Compliance'와 보컬리스트 매튜의 매력이 흠뻑 묻어나는 'Verona'는 후자를 상징한다. 과거와 미래를 대표하는 오르간, 신시사이저를 두 축으로 호러의 환각을 풀어내는 'You Make Me Feel Like It's Halloween'(마지막 도미닉의 현란한 솔로 플레이는 압권이다)도 물론 놓쳐선 안 될 트랙이다. 이처럼 프로그래밍과 신스 베이스 같은 전자음악 소스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그 모든 근저엔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록의 뼈대를 두었다고 말하는 매튜는 로커이면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 자신의 일면을 'Ghosts (How Can I Move On)'이라는 곡을 통해 따로 피력한다. 이번 작품이 뮤즈의 "지난 음악 스타일의 끝판"이라고 앞서 말한 이유가 이 곡들에 예외없이 쟁여있다. 아, 물론 기본 창작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지만 곡들이 자라 세상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는 무시못할 역할을 하는 크리스 볼첸홈과 도미닉 하워드의 철통같은 리듬 라인은 'Euphoria' 같은 댄서블 넘버에서 만끽할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매튜는  인터뷰에서 20세기  사운드가 남아 있는 거의 마지막  밴드  하나가 자신들일 거라고 말했다. 퀸과 유투, 핑크 플로이드디페시 모드를 모두 엮을  있는 팀이 바로 뮤즈라는 뜻이다. 'Will Of The People' 매튜의  말을 음악으로 확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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