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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20. 2022

'삶의 맛'을 희락(喜樂)으로 이끌어줄 노래

단봄 '저어보자'


단봄은 싱어송라이터다. 단 이 곡에선 노랫말만 쓰고 그 노래를 불렀다. 작곡과 편곡은 다른 사람들이 했다. 하지만 '저어보자'는 엄연히 단봄의 곡이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무엇보다 가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어보자


이 권유형 동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행위를 떠오르게 한다. 하나는 배의 노를 젓는 행위, 다른 하나는 요리의 과정에서 식재료를 다듬는 행위. 행위의 정체는 두 번째 소절("이게 뭔 맛인지 막막하네")에서 금세 밝혀져 적어도 저 동사가 물위에서 배를 나아가게 하는 동작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화자가 저어보자고 하는 것이 딱히 요리의 일부도 아닌 것은 그것이 '기분'과 '마음'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론 괴로움과 후회, 다짐과 희락(喜樂)이다. 즉 맛은 맛이되 이 노래가 저어보고 흔들어서 도달하고자 하는 맛은 결국 "너무 맛있는 삶의 맛"이었다.


이 기발한 생활 철학의 메타포는 김소은의 곡과 만나며 비로소 음악의 영역에 들어선다. 그 음악을 표현한 사람은 건반 주자 강승연으로, 강승연은 이 곡의 편곡까지 맡았다. 김상일의 퍼커션은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활력으로, 그는 한편으론 이지아 같고 한편으론 옥상달빛 같으며 어느 면에선 몽크의 'I'm Confessin' (That I Love You)'적 설렘도 느껴지는 이 곡을 청자의 일상으로 안내하는데 조용히 일조한다.


이 모든 요소를 그러쥐고 단봄은 그야말로 달디 '단' '봄'햇살 같은 보컬 톤에 담담한 스타카토 창법을 얹어 자신의 탁월한 노랫말을 소니 클락의 'Cool Struttin'' 같은 들뜬 스윙에 싣는다. 


저어보자 저어봐, 흔들어봐 흔들어, 드러난다 드러나


김주환의 프로듀싱과 믹싱&마스터링으로 더 말끔해진 거기엔 대중에게 쉬 마음을 여는 나름의 후크까지 첨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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