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에 관하여 - 데이비드 흄, 책세상
기적은 자연 법칙의 위반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기적을 바라고 듣거나 또 경험한다. 전자는 자주, 후자는 가끔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어떤 일, 때론 바라고 또 바랐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우린 그걸 기적이라 부른다. 그것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놀라움과 경이로움이라는 유쾌한 정서와 감성적 성향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기적은 인간 본성의 산물이다.
기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들은 신비한 것을 향한 인류의 일상적인 성향에서 야기된 것이며, 이같은 성향이 식견과 학식을 통해 종종 제어를 받기는 하지만 인간 본성에서 철저히 근절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기적의 경험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직접 경험했을 때 그것은 주관적이고, 들어서 안 기적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이다. 물론 기적은 과학적이지도 못해서,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종교 단체들의 포교 활동에 그릇되게 응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이 종교적으로 열광할 때는 어떠한 인간적 증언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신앙은 기적이 만든 신앙일 뿐, 자신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경험될 수 있는 '신앙이 만든 기적'은 아니다.
이성만으로 기적의 진실성을 확증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다. 신앙에 의해 기적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간 이해력의 모든 원리를 전복시키며 관습과 경험에 어긋나는 것을 믿게 만드는, 자신의 인격 안에서 지속되고 있는 어떤 기적을 의식한다
이 책에서 흄은 기적으로 장사를 하는 종교를 '경험적으로 회의'한다. 즉 위반 기적(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기적)에 근거하는 사이비 종교와 조화 기적(자연 법칙으로 설명될 수는 있으나 실제 일어나기는 쉽지 않은 기적)에 기댄 진짜 종교를 구분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만 봐도 그렇다. 불교 신자이신데, 다니시는 절은 기어코 온갖 전설과 증언들로 짜집기한 위반 기적으로 어머니의 신앙심을 부추긴다. 물론 그 신앙심의 증거는 돈이고 증명도 돈이다. 신앙에 신앙이 없는 셈이다. 신앙은 돈이다. 신앙에 돈이 개입할 때 신앙은 기적에 기댄다. 물론 그 기적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일어난 홍해 사건을 조화 기적으로 받아들인 것과는 다른 '기적'이다. 흄의 말대로 종교인들의 "절정에 이른 웅변은 이성이나 반성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고 전적으로 상상과 감성으로 흐르며, 청중을 사로잡아 그들의 판단을 흐린다". 그런 곳에서 올바른 신앙이 싹틀 리 만무하다. 참 난해한 문젠데, 이 책의 옮긴이는 해제에서 이렇게 썼다.
위반 기적이든 조화 기적이든 어떤 기적을 근거로 자신의 신앙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오히려 어떤 사건을 위반 기적으로 보든 조화 기적으로 보든 그 사건을 기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속에 이미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