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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05. 2023

포근하지만 아픈 노래

표현(Pyohyun) 'Where is My Prince?'


노래하는 이는 지금 힘이 든다. 다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마음껏 슬퍼할 수도, 나약해질 수도 없는 현실이다. 내 영웅은 어디 있을까. 그는 구원을 꿈꾼다. 허허로운 마음을 표현하는 곡이기에 전주는 한 호흡의 건반 보이싱이 전부다. 싱어의 공허한 독백이 곧 시작되고 1절은 그 독백과 키보드로만 채워진다. 분위기는 1절이 끝나면서 들어오는 스네어 드럼과 윈드차임, 기타 솔로로 부드럽게 바뀐다. 그렇게 밴드 형식으로 이어가는 2절에는 1절에 없던 에너지가 더해져 시작부터 곡에 드리운 절망과 부정의 기운을 씻어낼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노래의 주인공은 “모두 포기하고 싶어”라는 말로 그 실낱같던 희망까지 놓아버리고 만다. 흥미로운 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감정을 담은 곡이 "고통 뒤엔 웃음이, 비온 뒤엔 햇살이" 있을 거라 노래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Why Worry’와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근하지만 아픈 노래. 그럼에도 살아가는 노래. 음악은 이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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