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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14. 2023

자유와 방랑의 '노마드' 음악가, 이상은

이 글은 격월간지 <살맛나는 세상>에도 실렸습니다.


보헤미안(Bohemian). 속세의 관습,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며 자유로이 살아가는 시인이나 예술가를 뜻하는 말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노마드(Nomad)가 있다. 보헤미안처럼 특정 가치나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인간형을 가리킨다. 보헤미안과 노마드의 공통점은 정해진 틀과 경계를 거부한다는 것, 그렇게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 ‘노매드랜드’처럼 삶이란 겪어내야 할 물리적 현실이기도 해서 노마드 라이프에는 추상적 해방을 지켜내기 위한 구체적인 생계 방편, 기술도 요구된다. 음악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에게 그것은 아마 창작일 것이다.


10년 전쯤이었나.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사자로선 지난 세월 예외 없이 받아왔을 ‘담다디’에 관해 나도 질문을 했는데 그는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예술가가 되려던 자신을 엔터테이너로만 소비한 당시 상황은 이상은에겐 큰 상처를 남긴 듯 보였다. 그때를 “번아웃, 과부하, 방전, 트라우마”라는 네 단어로 표현한 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대중에겐 즐거움을 주었을지언정 이상은에게 ‘담다디’는 예술적 시도를 한정 짓는 족쇄였고 음악적 자유를 가로막는 벽이었다.


‘담다디’로부터 탈출을 감행한 수년 사이 이상은은 결국 탬버린을 버리고 자신만의 시와 멜로디를 찾아 보헤미안이 된다. 이후 그는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쓰며 예술가로서 노마드 라이프를 이어왔다. 여행작가로서 런던, 베를린, 뉴욕을 다니며 기록한 그의 글을 엮은 출판사 이름도 ‘북노마드’였고 2014년부터 가동한 1인 기획사 이름도 자유를 상징하는 미풍(Breeze)이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노래한 버브(The Verve)의 프런트맨 리처드 애시크로프트의 광팬인 이상은은 “너는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철학자 니체의 이름에서 체(tzsche)를 떼어 와 자신의 성(Lee)에 덧붙여 예명(LeeTzsche)으로 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만든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르려 노력하는 리체는 동심과 상상력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새벽 시간을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시간에 그의 행복과 감성은 비로소 고개를 드는 것이다. “유목민이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라져버리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유목민이 된다.” 리체 또는 이상은은 토인비가 말한 노마드의 뜻도 잘 알고 있는 천생 자유인이다.



추천곡



'보헤미안' (1995, Polydor)




보헤미안, 노마드와 결부되는 말 중 하나가 집시다. 이들의 환영이 아코디언 연주를 통해 곡 ‘보헤미안’의 시작을 연다. 이상은은 ‘담다디’를 부른 자기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 귀엽게 여겨질 거라 말한 사람들 말에 코웃음 치며 만든 ‘공무도하가’의 첫 곡으로 이 곡을 배치했다.



'지도에 없는 마을' (2005, EMI)




내려놓고 비우고 사는 마음은 어쩌면 노마드 라이프의 핵심일지 모른다. 사랑의 낭만과 예술의 상상이 만나는 이상은만의 유토피아(Romantopia) 속 ‘지도에 없는 마을’은 그 핵심의 배경 음악이다. 우린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구름길 가는 대로” 이 노래를 따라만 가면 된다.



'인생은 아름다워' (2014, Breeze Music)




인생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걸 좋아한다는 이상은. 수많은 오늘이 모여 세월이 된다는 평범하되 위대한 이치를 노래하며 그는 다시 한번 자유의 가치를 되새긴다. 노마드의 인생이 아름다우려면 이렇듯 먼저 ‘긍정’의 곁에 서야 한다.



'일상노마드' (2019, Breeze Music)




노마드라 해서 무조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때론 “동네를 돌아도 마음가짐에 따라서 충분히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면의 자유다. 장소는 부차적인 것. 노마드의 본질은 자유롭고자 하는 일상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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