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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15. 2024

꾸준함과 성장의 아이콘, 윤하

이 글은 오운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격월지 <살맛나는 세상>에도 실렸습니다.


윤하는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다. 스스로 앨범을 기획하고  안에 담을 노랫말을 쓰고 멜로디를 짓고 부른  다듬는다. 2004 열여섯 나이에 일본에서 데뷔한 그는 2  자신의 노래 제목 마냥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 삽입된 ‘혜성이란 노래는 자칫 그를 ‘한국의 에이브릴 라빈 가둘 뻔했지만 윤하는 애초 하나의 스타일에 얽매일 음악가가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을 “완전한 비정규직으로 규정하는 윤하는 예술가의 삶을 “꾸준히 자신과 싸워 나가는것이라고 말한다.  성장을 바라고 노력하는 그는 이후 성장의 상징 같은 대중음악가가 된다.


윤하는 언젠가 데뷔작을 두고 누군가 자신을 업어준 것 같았다는 말을 했다. 마치 사람이 태어나 제 발로 걷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듯 윤하 역시 시작 땐 자신의 음악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가리키지 못했다. '정답이 없는 것들을 찾아가는 작업'을 음악이라고 말하는 윤하는 그래서 처음엔 인디 뮤지션에 가까웠다. 여기서 인디라는 전제는 음악의 질이 아닌 인지도의 정도를 뜻하므로, 윤하는 일단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대중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무엇을 들려줘야 했다. 다행히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어떻게 조합하는지 일찍부터 알아 무난히 그 지점을 통과했다. 물론 그 안에서 장르는 무의미했다. 윤하는 록과 힙합, 재즈와 알앤비, 발라드와 일렉트로닉을 모두 받아들였다. 중요한 건 그 안에 자신만의 집을 지어 타인을 초대해 그들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지금도 그는 전쟁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배경 음악을 만들고 싶다. 윤하는 지쳐선 안 됐고 지칠 수도 없었다.


윤하의 힘은 꾸준함이다. 철학적 순리와 물리적 총량의 법칙을 믿는 그는 자기 할 일을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작은 성과들이 쌓여 자신이 이해 못 할 정도의 큰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걸 윤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여러 해 동안의 노력이나 경험으로 이룬 숙련의 정도’를 뜻하는 연륜(年輪)을 우리말로는 나이테라 부른다. 나이테는 눈으로 헤아리는 꾸준함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앞지를 힘도,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힘도 모두 꾸준함에서 비롯된다. 꾸준함은 소리 없는 성장이요 적막 속의 회오리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해온 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모두가 아는 사람으로 우뚝 선다. 윤하의 성장은 그 전형이다.



추천곡



'기다리다' (2006, 스탐)




피아노 록으로 일본에서 유명해진 윤하는 한국에선 이별의 발라드로 첫 승부수를 띄웠다. 심재희의 담담하고 아름다운 가사에 애절한 멜로디를 붙인 윤하는 한국 대중의 감성을 정조준한 노래로 무난하게 국내 데뷔 했다. 중독적인 후렴 멜로디가 곡이 끝난 뒤에도 계속 귓가를 맴돈다.



'Run' (2012, C9 Entertainment/Stone Music Entertainment)




긍정과 희망으로 똘똘 뭉친 일렉트로 팝 사운드가 들썩이는 업비트에 실려 훨훨 날아간다. 윤하의 음악은 늘 타인을 위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위로받을 준비가 된 당신을 윤하의 음악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스필버그의 영화 ‘이티’를 인용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들어보자. 힘이 될 것이다.



'우산' (2014, C9 Entertainment/Stone Music Entertainment)




사람들은 흔히 윤하를 '비의 가수'라 부른다. 비와 관련된 노래들이 많고 그것들을 또 느낌 있게 불러내기에 그리 여기는 것일 터다. '우산'은 그런 윤하의 대표적인 비 노래로, 원곡은 에픽하이의 버전에 윤하가 피처링한 것이었지만 이후 타블로가 윤하를 위한 버전으로 새로 만들어 선물했다. 나는 랩을 뺀 윤하의 버전이 더 좋다.



'사건의 지평선' (2022, C9 Entertainment)




블랙홀의 경계면을 뜻하는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제주 서귀포에서 만난 노을과 사람들을 보며 "끝나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에 이 노래가 나왔다. 베르베르의 '파피용'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파생된 '사건의 지평선'은 발매 222일 만에 멜론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윤하 음악의 정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선언했다. 데뷔 20주년을 앞둔 그는 지금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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