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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07. 2016

음악을 통한 백 투 더 퓨처

싱 스트리트(Sing Street)

돌이켜보면 존 카니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버스킹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원스’의 그(글렌 한사드)는 생활 자체가 상처였고, ‘비긴 어게인’의 댄(마크 러팔로)은 해고된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싱 스트리트’의 코너(퍼디아 월시필로)는 이혼을 앞둔 부모와 함께 산다. 이처럼 존의 영화에서 상처는 기정 사실이지만 상처는 또한 음악을 통해 금새 아문다. 그의 작품들에서 음악은 희망이고 사랑이며 치유제다. 영화를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위한 영화를 그가 다시 만들어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싱 스트리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추억샘을 마음껏 건드린다. 팝의 전성기인 8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듀란 듀란과 아하를 전면에 배치한 존 카니는,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에 확신을 가질 만한 나이에 접어든 관람자들에게 같은 그리움을 선물한다. 

예컨대 이런 것.
또는 이런 것. 추억 돋는다. 

필 콜린스를 듣는 남자를 좋아할 여자는 없다는 음악광 친형의 치기 어린 잔소리, 뮤지컬 신으로 처리한 ‘drive it like you stole it’과 클래쉬(The Clash)의 펑크로 부수려 한 기성 세대의 가치관, 그리고 온 마음을 내어준 소중한 첫사랑까지. 이 영화에서 그리움은 곧 공감이다. 가사를 쓰고, 코드를 섞고, 모여 합주하고, 또 어설프게나마 뮤직비디오를 찍는 일련의 과정은 바로 그 공감의 표현일 것이다. 그 표현 안에 감독과 관객이 함께 앉아있다.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함박이다. 음악의 힘을 아는(또는 믿는) 존 카니는, 그래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감독이다.

영화도 좋았지만 음악이 더 좋았다. 10년 전 ‘if you want me’로 사람들의 감성을 적신 이 아일랜드 로맨티스트는 ‘up’과 ‘to find you’라는 예쁜 곡들로 다시 우리 감성을 훔치려 든다. 가장 진지하면서 가장 상업적이었던 시절의 대중음악 색깔을 놓치지 않고 곡들에 녹여, 조금씩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이유는 그래서, 역시 음악 때문이다. 큐어(The Cure)를 닮은 ‘a beautiful sea’를 들으며 우리는 언제고 그 흥분을 다시 느껴볼 수 있으리라. 영화와 음악은 늘 그런 관계였다.

2003년 ‘스쿨 오브 락’이 처참한 상영관 점유율로 일찍 문 닫은 운명을 ‘싱 스트리트’도 거의 같이 짊어졌다. 친구의 정보로 나는 이 영화를 겨우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스쿨 오브 락’을 뒤늦게 DVD로 봤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감독과 음악 없인 못 사는 관객 사이 소통. ‘원스’와 ‘비긴 어게인’의 장단점을 모두 흡수한 ‘싱 스트리트’에서 그 소통은 결국 정점을 찍었다. 존 카니의 최고작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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