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Chaos> 모노폴리
모노폴리는 록의 시계를 90년대로 되돌린다. 세바도(Sebadoh)의 루 발로가 “헤비메탈의 죽음과 새로운 하드록의 탄생이라고 생각”한 그 장르, 그런지의 시대로.
그런지의 정체는 단언하기 힘들다. 사운드가든이나 앨리스 인 체인스처럼 얼터너티브 록의 탈을 쓴 헤비메탈 또는 펄 잼처럼 하드록의 가면을 쓴 펑크 록이 곧 그런지였다. 이 말장난 같은 장르의 특징을 모조리 흡수한 모노폴리에게 그런지란 작위로 피워낸 꽃이 아닌, 습으로 배인 뿌리로서 장르다.
설정한 방향에 걸맞게 박근홍의 목소리에선 크리스 코넬과 에디 베더, 스콧 웨일랜드가 끊임없이 디졸브 되고, 편지효의 릭과 톤에선 킴 테일과 제리 캔트렐, 딘 델리오, 심지어 2003년의 매튜 벨라미와 스티비 레이 본/로버트 프립에 빠져 살던 ‘Load’ 시절 커크 해밋도 들린다. 또 저 기타리스트들에게 직간접으로 영감을 제공한 토니 아이오미, 지미 페이지는 ‘Enter Your Password’, ‘Here and Now’ 같은 헤비 트랙들에서 내내 어른거린다. 물론 ‘Hey J’는 제목부터 작/주법 모두 지미 헨드릭스를 향한 오마주임에 틀림없다.
상쾌하게 철썩이는 드럼과 함께 두둑한 리듬 공간을 구축한 베이스는 거칠고 축축한 그런지의 특징을 가장 많이 닮았다. 특히 드러머는 미니멀의 가치(less is more)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가령 드럼의 타(打)가 많아지면 밴드 사운드를 억누르거나 다른 멤버의 영역에 월권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건 편집으로 잘라내면 되는 잉여이기 전에 플레이어의 습관이어서, 같은 행위가 계속되면 음악의 균열로까지 치달을 수 있어 위험하다. 모노폴리 음악은 전반적인 느슨함과 일촉즉발의 타격감이 생명인 듯 보이므로, 넘치지 않게 곡의 급소만 노리는 드럼의 묵묵한 개입은 그래서 바람직하다. ‘Hipster’는 그 좋은 예이며, ‘Children of a Dream’의 경우에도 곡의 바이브를 존중하는 화려함에서 그치고 있어 해당 사례로서 족하다.
짧은 앨범 소개 글에서 밴드 측이 밝혔듯 이 앨범은 혼란에서 자유를 찾는 이야기다. 제목처럼 혼돈(chaos)은 우리의 일상(ordinary)이므로, 모든 것을 공(空)과 무상함으로 여기면 그것이 곧 평정(平靜)이리란 말이었다. 앨범을 열었던 ‘베이징의 아침(Morning in Beijing)’, 드론 소스를 저변에 깔거나 클래식 기타를 뜯으며 여행하는 쇼팽의 우주, 기타리스트가 종로3가 역에서 노승에게 40분 동안 반야심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다는 ‘Butterfly’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