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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20. 2023

어딘가 다른 분위기

 새 조직의 '차가움'은 이직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첫 출근을 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딱딱한 분위기가 낯설기만 했다. 업무 진행 방식 역시 비슷했다. 불이 나게 전화를 받았던 이전 회사와 다르게, 유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사내메신저로 진행했다.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달랐다. 이전에는 광고주와 직접, 그리고 자주 전화를 통해 업무를 확인하고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모든 것이 '메신저 우선주의'였다.


개인은 맡은 소임을 묵묵히 처리했다. 그렇기에 업무 협조도 어려웠다. 각자의 일이 명확히 나눠져 있는 선 안에서 어느 정도까지 요청을 해야 할지 애매한 판단 속에서 각자의 R&R을 나눌 땐 메일로 먼저 전송할 뿐였다.


이러한 업무환경은 이직 이후 6개월이 흐른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유관부서, 광고주와는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며 전화나 대면회의는 지양하는 분위기라고 느낀다.


물론 통화나 대면회의를 자주, 그리고 많이 한다고 해서 쉽게 협력하는 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좀 더 다양한 소통 방식이 개개인에게 열려있을 때 일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특히 여러 프로젝트를 다양한 직무, 관점의 사람들과 협업을 할 때에 때로는 '말하기'의 힘을 크게 느낄 때가 많았다.


메신저상의 텍스트에서 느껴지지 않는 상대방의 감정과 리액션을 대화를 통해 훨씬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엔, 회의실에 모여 다양한 방안을 의욕 있게 공유하고 발전시키다 보면 모두가 동의하는 아이디어에 쉬이 도달하고는 했다. 물론 이러한 회의의 과정에는 꼼꼼한 기록이 빠지지 않았지만, 그 중심에는 늘 각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의 교류, 즉 대화가 있었다. 각자의 생각 씨앗(아이디어)이 모여 열매(결론)를 키워냈고 그렇게 함께 만들어 낸 아웃풋(기획안)에는 늘 예상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결과가 따랐다.


현재 회사의 업무 소통 문화에 많은 아쉬움을 느끼던 순간. 광고주에게 새로운 PT과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킥오프(Kick-off) 자료를 만들고 간단한 회의를 팀원들에게 제안했다.


"과제를 받아보니 어때요? 저희가 어떤 것들을 제안해 볼 수 있을까요?"


왜 이런 제안이 광고주에게 필요했을지, 어떤 결과물이 그들에게 설득력 있게 들릴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의실이 점차 북적북적 들썩였다. "아, 그거 진짜 맞는 거 같아요." 감탄의 순간도 여러 차례 생겼다.


“이제 진짜 광고회사 온 거 같네요!"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이 몹시 듣기 좋았다.

이게 진짜 광고회사의 묘미인데!

부디 조용한 광고회사는 사절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나는 동료들과 실컷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메신저든 전화든 대면회의든, 필요한 모든 소통 옵션을 장착한 채 말이다.

우리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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