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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Sep 05. 2023

6년차에 조직의 두 번째가 되었다

1.

전통 4대 매체라 불리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지금은 디지털로 커리어를 틀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틱톡, X(구 트위터) 등에 올라가는 소재의 포맷, 문구 등을 글로벌하게 검수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직과 동시에 커리어를 전통 매체에서 디지털로 틀며 느끼는 변화는, 조직의 젊어짐에 있다. 처음 부서 배치를 받고 셀장과 통화하던 날, 셀장은 내게 말했다.


여기서는 프로님이 위에서 두 번째예요


2.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머리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서버렸다. 이 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나이' 그리고 '전문성'에 있었다. 연차 대비 나이가 어린 편인데, 함께 하는 동료들보다 나이가 어려 '목표를 제시하고 관리하는 일'이 도무지 어렵게 느껴졌다. 나이야 어찌 되었든 연차에 맞게 이제는 퍼포먼스를 보여야 하는데 디지털 분야는 처음이었다. 얕게 디지털을 경험했을 뿐, 디지털에 온전히 몸담아온 적은 없었다.


3.

경력직에 대한 기대도 있을 테고, 팀원 중 한 명은 입시동기들과 만든  <광고회사 입사가이드북>을 보고 자기소개서 첨삭도 받았다는 이야기도 귀띔하여 줬다. 멋진 선배인 척 조언했는데 이렇게 동료로 만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워크맨'에 출연한 덕에 주위의 기대가 컸다. 이런 많은 기대 속 '조직 내 둘째'라는 프레임은 가혹한 시험대에 선 느낌이었다


4.

그러다 내린 결론.


첫째. 배우려는 무드. 조직에서 연차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나는 나일뿐 누구의 위도 아래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니 편했다. 조직의 두 번째라는 사실로 인해 권위적일 필요도 없었고, 지금 모르는 것을 쪽팔려하지 않으려 했다. 대신 제대로 배우고, 나중에까지 '모른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둘째. 나의 장점을 기억하는 것. 업무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에 해온 업무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내가 무엇을 잘했는지를 기억하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어필하며 경험의 본질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5.

이 건, 셀장과 이야기하며 더 선명해진 사실이다. 환경이 바뀌다 보면 조직 안에 나를 꿰맞춰 '스며드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조직은 기존과 변함없이 유지되고는 한다. 변화를 도모하느라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지키지 못하면 그게 거꾸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변함없는 그대로의 조직'이 되는 거다.

그러니 필요한 업무 능력치를 배우되,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내 고유성을 지켜, 변화를 주는 사람이 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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