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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Aug 12. 2023

정보의 장 : 흡연실

이전 광고회사에서 유일한 비흡연자였던 나는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다.


분명 나는 못 들은 이야기인데 동료들은 '왜 모르지?' 하며 눈치를 줬던 거다. 눈치껏 알거나 아는 척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지만 내가 놓치는 정보가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내 이유를 찾았다. 

나는 없고 그들은 있는 정보 공유의 장소가 바로 '흡연실'이었다는 것을!


같은 팀 선배에게 흡연실에서 팀장님과 공유되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좀 해달라고 하니 선배가 말했다.


규리가 담배까지 피우면 최곤데


잠시 혼란스러웠다. 담배를 피우라고? 이게 맞나? 


선배는 조금의 악의도 없이 내가 어느 장소에서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을 안다. 그러나 나로서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담배를 피우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랬다. 흡연은 하지 않되 흡연하는 곳에 따라가는 것. 처음에 따라갈 때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흡연실에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줄은 몰랐다. 선배들이 한번 담배를 피우러 가면 그토록 안 들어오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담배 한 개비로 끝나지 않는 정보 공유와 수다의 장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가혹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내가 흡연실에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는 내 모습도 어색했다. 선배의 제안에 최소한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기에, 선배도 다시는 나에게 흡연실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난 내가 무모하고 답답했다는 생각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그때 당시의 선택상황처럼, 내가 어떤 상황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온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까? 그런 상황이 와도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하기에 나에게 양보를 권할까?


연차가 쌓이는데도 내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나'를 일관되게 지키는 건 언제나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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