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이 조구만 스튜디오의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한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레옹’, ‘이터널 선샤인’ 등 명장면들을 재치 있게 활용해 일상 속 대상그룹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조연처럼 등장한다. 영화 속 순간들이 대상그룹의 제품들과 어우러지면서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광고인으로서 사실 가장 배 아픈 순간은, 나는 저런 광고를 못 만들었을 거 같다! 탐난다! 하는 순간인데 이 광고가 그렇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내용을 집약해 넣으면서도 이토록 심플하고 세련될까?
1. 대상그룹 : '미원'에서 '대상'으로
대상그룹은 우리가 익숙한 ‘청정원’, ‘미원’ 등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이다. 한때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지만, 1990년대 MSG 논란 이후 사명을 ‘대상’으로 변경했다. 이후 식품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하며, ‘청정원’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두산으로부터 김치 사업을 인수하는 등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2021년부터는 기업 PR 캠페인을 통해 대상그룹이라는 이름을 더욱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EOAtAshETo&list=PL7ImNRMCJmOxQnhXLdco4iQAAtoFxZyX1
2. 광고 분석
1) 캠페인 개요 : 당신의 삶이라는 멋진 영화 속
이번 캠페인은 '당신의 삶이라는 멋진 영화 속'이라는 주제를 통해, 소비자 일상 속 대상그룹 제품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는 순간에 대상그룹 제품들이 함께한다.
2) 모델 : 조구만스튜디오
대상그룹의 이번 캠페인은 '존중'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모델로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 캐릭터들이 선택되었다. 이 캐릭터들은 소행성 충돌을 피해 살아남은 공룡들로,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우주 먼지만큼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냐"라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관통된 슬로건은, 일상의 작은 것들도 소중하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는 '주목받지 못했거나 잊혔거나 소외됐던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지고 싶은 측면에서, 10마리 초식공룡 그리고 대상의 닮은 모습이 보인다 생각했다.
3) 카피 :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
당신의 삶이라는 멋진 영화 속
맛있는 순간, 행복한 순간을 늘 함께해 온 우리
우리는 모두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입니다.
이 광고 캠페인의 카피는 간결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대상그룹과 소비자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대상의 제품이 많은 맛있고 행복한 순간에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대상'이라는 말 재치도 좋다.
4) 영화 오마주 : 사랑스러운 명장면 재연
한 번 보면 모를 수 있지만 장면을 뜯어보면 여러 영화가 오마주 되었다는 사실.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씬으로 시작해 타이타닉, 이터널 선샤인, 레옹, 라라랜드, 트루먼 쇼, 기생충 등 영화 속 명장면과 브랜드 제품이 재치 있게 활용된다. 소비자의 삶은 영화에 비유하고, 제품을 조연으로 활용한 것이 영리하다.
시청자가 특정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하다. 5초 내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하면 이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귀여운 공룡 캐릭터가 나와 스케치북 사랑 고백 장면을 재연하는데, 누가 SKIP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5) 엔딩 크레딧 : 브랜드/제품을 놓치지 않는 기막힌 연출
광고는 '엔딩 크레딧'이라는 독특한 연출을 활용해 대상그룹의 다양한 제품들을 마치 조연처럼 배치한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 미원 등 친숙한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이 모든 제품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비친다. 이 연출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대상그룹의 존재를 소비자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광고의 주인공을 그룹이 아닌 개별 제품으로 설정해, 모든 제품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면서도 엔딩 크레딧을 통해 대상 그룹의 다양한 브랜드를 한눈에 나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많은 익숙한 브랜드들이 대상그룹의 제품이었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Writer's Note
삼성의 이병철 창업주가 '이건 나도 내 뜻대로 안 되더라'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자식, 두 번째가 골프, 세 번째가 미원이었다. 자본도 인력도 월등한 삼성이 당시 '미원'만큼은 따라잡기 힘들었던 거다. 당시의 ‘미원’은 그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MSG 논란 이후 대상그룹은 사명을 변경해야 했고,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런데도 대상그룹은 품질을 바탕으로 다시 성장해오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대상그룹이라는 이름을 소비자에게 다시 각인시키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대상그룹 제품을 일상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광고 하나로 대상그룹이 이렇게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