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남편과 싸우지 않기’ 챌린지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중요한 건 화가 날 때 무조건 내가 참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바로 쏟아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결과는 대개 비슷했다. 상황은 악화되고, 싸움은 언제나 내 울음으로 끝났다. 남편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던 계획은 번번이 실패했고, 오히려 내 마음에 더 깊은 생채기가 생겼다.
언제나 내가 더 아팠다.
그래서 생각했다.
"여기서 화를 내면 내 손해다."
그래서 남편의 말에 열받을 때면 이렇게 대답했다.
"오빠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
평소 같았으면 싸움으로 번졌을 법한 일이, 내 감정을 한 번 참아내는 것만으로 조용히 지나갈 때면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억누른다는 느낌보다는, 내 감정을 스스로 지켜냈다는 뿌듯함.
그렇게 싸우지 않은 지 어느덧 20일째다.
(이 얘기를 동료에게 하자, 한 달 지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작은 이유로 하루 걸러 투덕거리던 우리가 3주째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니 기특하다. 흥미로운 점은, 남편 몰래 진행한 '싸우지 않기 챌린지'가 남편에게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남편의 언어에 이전보다 섬세함이 깃들고 말투도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결혼은 묘한 관계란 생각이 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때로는 가장 적대적으로 느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책임을 지고 택한 이 관계를 오래도록 감사하게 유지하고 싶다. 분노가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 둘만큼은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살아야지.
결혼 4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얄팍한 노하우를 하나 터득했다. 싸울 필요가 없는 이유로 서로 치열해지지는 않기로. 오은영 선생님처럼 넓은 아량을 가져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