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른 타인과의 동거

by 규리

결혼 후 나는 사람마다 생활 방식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수건을 한 번 쓰고 세탁하는가, 혹은 말려서 재사용하는가.

휴지는 앞으로 거는가 뒤로 거는가.

한번 나온 반찬은 버리는가, 아니면 다시 반찬통에 넣는가.


이 사소하고도 치명적인 생활의 디테일들은 가족들과 살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었는데, 아마 부모님도 오래 부딪히며 한쪽으로 잡힌 생활양식이 있었을 거고, 나는 그 방식을 '스탠더드'라 생각하고 따라온 거 같다.


그러다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남편을 만나, ‘결혼’이라는 핵융합적인 사건을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 고유하게 다 다르다는 것을.


사랑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수건 사용법과 청소 패턴 같은 매일의 사소한 차이에서 쾅쾅 부딪히며 아연실색하는 나날이었다.


주말에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가야 하는 사람인가. 기상 시간은 비슷한가.

돈에 대한 가치관은 어떤가.


결혼 전에는 몰랐던,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면 다 될 거 같았던 마음과는 달리 살다 보면 눈에 밟히는 건 죄다 사소한 것들뿐이고, 그것을 하나하나 조율해 나가는 과정은 매번 신기하다.


이토록 다른 사람과 한집에서 살고 있다니!!!


그러니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서로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가깝고, 그 과정은 오늘도 치열하고(!) 짜릿하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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