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매달 용돈 20만 원을 받는다. 공동 생활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각자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다. 친구를 만날 때도, 옷을 사고 싶을 때도, 모든 지출이 월 20만 원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대학생 때도 30만 원은 썼던 것 같은데. '경제적 자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개개인은 잠시 조이며 살자고 정한 원칙이다. 사고 싶은 게 있다면 당근에 기존 옷을 팔아 돈을 마련해 왔는데, 이 창조경제마저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팔 옷이 없으니 살 수 있는 옷도 없어진 거다.
그러다 남편이 연초에 놀라운 기습 제안을 했다.
규리가 용돈으로 생활하는 게 힘들다고 하기도 하고,
작년에 투자 성과도 좋았으니까, 성과급 차원에서 300만 원씩 지급하면 어떨까?
300만 원이라니! 1년 용돈으로 책정된 240만 원보다도 많은 돈인데, 이걸 받으면 은퇴가 늦어지는 건 아닐까. 기쁜 마음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가, 이내 욕망이 앞질렀다.
300만 원 중 백만 원은 한 달 만에 소진됐다. 클라이언트 미팅이 많아서 입을 만한 캐주얼 옷을 몇 벌 샀다. (이건 진짜 필요했다. 진짜로.) 쿠에른 바자세일에서 신발을 사면 기부도 되고 할인 폭도 크다기에, 내 신발과 남편 신발을 합쳐 여섯 켤레를 사 왔다. (지네도 아닌데 신발을 참도 많이 샀다.)
평소엔 아끼느라 못 했던 마음표현도 했다. 작년에 출산한 지인들에게 진작 했어야 할 축하를 뒤늦게나마 건넸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가 사는 모습은 직장을 닮았다. 공동예산이 있고, 개인 용돈이 있고, 올해와 같이 이례적인 보너스가 터지기도 한다. 가끔 내가 노조(!)가 되어 처우 개선을 해달라 외치면 용돈이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올해도 잘 아끼고, 잘 굴려서, 연말엔 남편이 기꺼이 또 300만 원을 꺼낼 수 있도록 잘 나아가보고 싶다.
파이팅 하자고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