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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Feb 14. 2023

허쉬, 난 너네랑 다르다고

미드데이스퀘어 (Mid-day Squires) 초콜릿

'광고'나 '마케팅'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편견이 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적당한 브랜드 파워와 매체비, 인플루언서 등의 요소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 그러다 미드데이스퀘어(@MiddaySquares)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브랜드 홍보가 꼭 외력 外力을 써서 해결되는 것이 아님임을 알게 되었다.


광기 넘치는 3명의 가족이 만든 초콜릿 브랜드 '미드데이스퀘어'는 자신만의 색이 있다. SNS에 자신들을 고소한 허쉬를 디스하는 노래를 만들어 NFT로 만들어 팔고, 가족 간 싸우는 갈등 상황도 담아낸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창립자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으면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들에겐 실망할 경우가 없다. 욕하고 울고, 좌절하는 모든 모습이 솔직하고 사랑스럽다.

미드데이스퀘어를 창업한 제이크 칼스, 레즐리 칼스, 닉 살타렐리 (왼쪽부터)


브랜드의 시작

1) 남자친구를 위한 비건 초콜릿

레즐리 칼스 Lesile Karls의 불만에서 시작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닉 살타렐리 Nick Saltarelli는 점심을 먹고도 킷캣 같은 초콜릿 바를 먹었는데 레즐리는 그런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무작정 먹지 말라고 할 수 없으니, 비건 음식을 만들던 취미를 살려 남자친구를 위한 비건 초콜릿을 만든다. 닉이 맛있게 먹자 레즐리는 종종 초콜릿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초콜릿 바가 브랜드의 전초가 되었다.


2) 의류 사업에서 초콜릿 사업으로

레즐리와 닉은 이미 의류 브랜드를 창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2017년 결혼 이후 새로운 사업을 고민한다.


“식료품 통로를 걷는데, 사람들이 단백질은 많고 설탕은 적은 제품을 찾더라고요. '기능적 역할'을 하는 초콜릿 칸이 텅 비어있었어요. 많은 초콜릿 종류 중 식이섬유와 같이 포만감을 주는 초콜릿을 만드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When walking the grocery aisle, we saw that people were looking for more protein and less sugar. We saw a white space for functional chocolate. There are a lot of chocolate bars, but no one is making chocolate that gives benefits like fiber and fills you up.”

 - 레즐리 칼스Lesile Karls, 테크크런치 인터뷰 중에서


그렇게 레즐리는 포만감을 주는 초콜릿(functional chocolate)을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린다. 연구 개발 끝에 섬유질, 단백질, 오메가 3이 가득 든 '퍼지야 Fudge Yag'를 만들어 낸다.


3) 남동생 섭외

제품은 좋은데, 홍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두 사람. 레즐리의 동생 제이크 칼 Jake Karls를 섭외키로 한다. 당시 제이크는 대학에서 의류 사업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사람들과 파티를 열고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3명의 크루가 2018년 미드데이스퀘어 초콜릿 브랜드를 탄생시킨다.


브랜드 이름 : 미드데이스퀘어(Midday Square)

단어 그대로 Midday(정오)와 Square(정사각형) 합성어다. 정오에 먹는 정사각형 초콜릿이란 뜻. 점심 식사 후 초콜릿을 먹던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브랜드인 만큼, 낮에 몰려오는 식욕(Mid)을 억제하도록 설계되었고 100% 유기농, 비건, 글루텐 프리 제품이다.

그래서 슬로건은 "초콜릿 바가 아닌 모든 것. 단백질 바가 바라던 모든 것 (Everything A Chocolate Bar Isn't, Everything A Protein Bar Wishes It Was)"이다.


맛의 종류

그동안 4개의 맛을 출시했으며, 올해 중으로 5번째 맛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몬드 크런치, 브라우니 배터, 쿠키 도우, 피넛 버터 4종류의 맛이 있다. 그저 그런 단백질 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초콜릿 부분은 퍼지같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며, 속은 바삭바삭한 곡물 느낌이라 든든하다. 더구나 단맛이 강하지 않아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 가격은 하나에 1.99달러 정도이다.



허쉬와의 전쟁

2021년 6월, 허쉬는 미드데이스퀘어를 고소한다. 미드데이스퀘어의 '피넛버터' 포장지 색이 허쉬의 '리세스 초콜릿' 포장지 오렌지색과 같다는 것이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러브콜을 보냈던 이들이, 미드데이스퀘어가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고소로 대응했다.


우리는 우리를 구매하겠다는 허쉬의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런데 한 달 후에, 중지 명령을 받았어요.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요구하며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더군요(찌질해요)
그런데 이 사건은 오히려 이런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NFT 프로젝트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We rejected their offer to purchase us. One month later, we were served the cease and desist. They threaten to sue us for a lot of MONEY. (Not cool) But, it gave us the fuel for this creative project. This is how our NFT project came to be.


미드데이스퀘어는 포장지 색을 더 밝은 오렌지 색으로 바꾼다. 그리고 허쉬를 향한 비방전을 시작한다.

에미넴의 ‘My Name is’라는 트랙을 패러디해 ‘Chocolate gone crazy’란 작품을 선보인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i3JtWGqGg

허쉬를 디스한 뮤직비디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허쉬와의 전쟁'에 대한 내용을 대중에 알리는 데 있다. 골리앗과 다윈의 싸움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함께했을 때 비로소 대기업 횡포를 알리고, 브랜드가 소강하지 않는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담한 이들을 '광기' 말고 달리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강력한 무기 : 진정성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하며 뺄 수 없는 것이 SNS이다. 기존 1, 2세대 아이돌과 달리 멤버들이 직접 SNS를 운영하며 더 많은 팬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방탄 멤버 고교 입학식에 멤버들이 함께 가서 축하해 주고 짜장면을 먹는 모습 등 일상을 짤막하게 담아낸 모습들은 친밀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그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지금의 BTS를 만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미드데이스퀘어의 전략도 유사하다. 10만 명의 팔로워와 소통하며, 본인들이 직접 출연해 제품을 먹어보고 연구하고, 창업 스토리도 들려준다. 예쁜 피드, 정제된 문구는 아니지만, 이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훨씬 재미를 안겨준다. 대기업 초콜릿을 먹는 게 아니라, 친근한 언니·오빠들이 만든 초콜릿을 사서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https://www.instagram.com/reel/Cn2y3uZJdsD/?igshid=YmMyMTA2M2Y=


Writer's Note

미드데이스퀘어의 시작은 아주 개인적이었다. 점심 먹고 또 초콜릿을 먹는 남자친구를 위해 건강한 비건 초콜릿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탐내는 명성 높은 브랜드가 되었다.


이런 사례를 보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가족들'이 알아줄 테지만, 집 밖으로 알려진다면 개인의 애정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드데이스퀘어의 시작도 처음엔 500-1,000명쯤 되는 SNS 팔로워에게 배송해 주는 게 전부였다.


주위에도 자신만의 레시피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분들이 제2의 미드데이스퀘어Mid-day Squares가 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할 아이디어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이 얼마나 더 유쾌하고 건강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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