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FG (노티드, 다운타우너, 호족반, 리틀넥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브랜드를 11개나 이끄는 사람이 있다. ‘노티드’ ‘다운타우너’ ‘리틀넥’ ‘웍셔너리’ ‘클랩피자’ ‘키마스시’ ‘호족반’ ‘애니오케이션’ ‘오픈엔드’ 등을 이끌어가는 GFFG 그룹의 대표, 이준범이다.
이준범 대표 : 패션 구매 대행 회사에서 요식업으로
어릴 적부터 완구회사에 다니는 아버지를 보며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한다. 미국에서 16년 동안 유학 생활을 했고, 첫 시작은 패션이었다. 의류 회사에 다녔고 창업도 했지만,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쫓느니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미국에서 즐겨 먹던 인앤아웃 햄버거를 떠올린다. 지인에게 햄버거를 배워 경리단길에 오베이5bey라는 햄버거 가게를 연 게 시작이었다.
열정과 집념
이 대표의 성공을 그저 '인스타그래머블해서', '트렌디해서'라고 치부하기에는 굉장한 노력파다. “손님들이 블로그·인스타에 후기를 남기면 텍스트 속 단어 하나하나를 다 분석해 그 피드백을 현장에 반영하려고 했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집요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찾는 성향이다.
1) 다운타우너
'갈릭 프라이즈'라는 메뉴를 선보였을 때다.
미국 레시피 그대로 마늘을 버터에 끓여 감자튀김과 버무렸는데, 후기에 "여자 친구와 헤어질 뻔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이 좋지 않았다. 마늘 향이 너무 강했던 거다. 그래서 마늘 비중을 줄이고, 감자튀김 위에 마요네즈 소스를 얹는다. 이렇게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자 SNS 인증샷 성지로 소문나 발길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2) 노티드
원래 크림은 맛있었다. 하지만 크림이 들어간 케이크를 상온에 오래 두거나 들고 다니면 모양이 망가지고 크림은 녹기 마련. 케이크를 환불해 달라는 고객이 증가하자 개선책을 생각한다. 크림은 유지하되 크림의 위치를 바꿔보는 거다. 크림을 아예 케이크 안에 넣는 것을 시도하던 중 생각의 나래가 도넛으로까지 뻗어나간다. 새로 개발한 도넛에 크림을 듬뿍 넣은 것이 대박이 났다. 흔들려도 망가질 염려가 없는 도넛이었다.
노티드의 무명시절
노티드의 옛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기가 원래 그렇게 1~2시간씩 줄 서는 데가 아니었어요."라고 했다. 원래 그 집 크림이 맛있었는데, 어쩌다 도넛이 그야말로 '터져서' 줄 서는 맛집이 되었다는 것이다. 회전율 문제로 폐업신고서까지 적어둔 상태였는데, 폐업 직전 만든 도넛이 대박이 난 거다.
하지만 대표는 노티드를 단순 맛집으로 남기지 않는다. 골드와 딥그린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던 매장 분위기도 도넛 출시 후 밝게 바꾼다. 파스텔톤의 포장 상자에는 스마일 로고를 그려두고 스티커까지 붙여준다. 선물하기 좋게 만드는 거다. 2019년부터는 이슬로 작가에 의뢰해 '슈가 베어'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제는 디저트라는 장르를 넘어 굿즈, 음악 등 새로운 영역과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간다.
GFFG
대표는 노티드 성공 이후, 푸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기업 GFFG를 설립하여 산하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좋은 음식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Good Food For Good’이라는 의미 아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Writer's Note
도산공원의 노티드 매장이 기억난다. 지인에게 선물을 줄 디저트를 사기 위해 찾은 곳이었는데, 디즈니랜드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귀여운 굿즈가 넘쳐났다. 노티드 이름을 보면 Knotted (매듭으로 엮다)는 뜻인데, 프리미엄 디저트 매장이 기존의 성격을 버리고 도넛을 택하더니, 도넛에 맞는 분위기로 매장인테리어를 바꾸고, 굿즈를 만들었다. 이제는 브랜드가 보유한 IP를 토대로 타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음원을 발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연결에 연결을 거듭하는 GFFG는 수많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확장해가고 있다. 다양한 음식, IP, 콜라보를 연결해 가는 브랜드의 연결점이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로 귀결될 것인지 향후가 더 궁금해지는 브랜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