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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Feb 07. 2023

3대가 쓰는 가구계의 명품

프리츠한센

2년 전 유튜브에서 홈 투어 영상을 보다가 고고하고 우아한 의자를 보았다. 언뜻 봐도 모던함과 고풍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났던 그 의자는 서재 안에서 예술작품 같은 오브제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홀린 듯 그 의자가 전시된 매장에 찾아갔다. 그곳은 바로 '프리츠한센' 매장이었다. 매장에서 그 의자의 기본가격을 듣는 순간 심장은 요동쳤다. 25000000원? 이천 오백만 원! 나를 포함해 3대를 오롯이 물려준다 해도 이건 너무 과한 지출임에 틀림없었다.

구매하려고 알아본 에그 체어 ⓒpaletteandparlor


프리츠한센의 시작

1872년, 목수였던 프리츠한센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첫 가구점을 연다. 귀족을 위한 고품질 가구가 주요 생산품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덴마크 최초의 곡선형 의자를 만들기에 이른다.

'곡선'을 강조한 프리츠한센의 디자인은 덴마크 국회의사당, 시청, 대법원 등 당시 주요한 랜드마크에 보급되었다. 공무원 조직으로 구성된 보수적이고 딱딱한 공간에 곡선 의자가 들어가자 한결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직선 의자보다 안착감도 훨씬 개선되었다. 그렇게 프리츠한센은 좋은 품질의 고급 가구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서서히 자리 잡게 된다.

 

곡선 디자인

프리츠한센의 제품은 지금도 곡선을 강조한다. 백조의 둥근 몸통을 닮은 스완 Swan부터, 개미 더듬이 모양의 앤트 Ant, 물방울 모양의 Drop까지 대부분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곡선을 차용했다.

ⓒpaletteandparlor


최고 건축가, 디자이너와의 콜라보

프리츠한센에는 디자인 부서가 따로 없다.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프리츠한센의 디자인 철학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방식을 따른다.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에그, 스완, 시리즈 7체어, 그리고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파븐 소파, 로체어 등 다양한 시그너처 제품을 작가별로 만나 볼 수 있다.


북유럽 – 스칸디나비아 - 스타일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북유럽 스타일'. 이케아부터 루이스폴센까지, 요즘 대중적이면서 스테디셀러 인테리어 브랜드의 대부분이 북유럽 스타일이다. 프리츠한센 역시 모던함과 클래식함이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어디에 둬도 잘 어울리는 심플함이 매력요소다.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의미하는 '휘게'라는 말도 있듯, 한센의 제품에는 이용자가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고픈 정서가 담겨있다.


쇼룸의 특징

그렇기에 프리츠한센 쇼룸은 덴마크 가정집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재현한다. 루이스폴센 조명 아래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테이블, 따뜻한 러그, 소파까지 북유럽풍으로 꾸며져, '덴마크식 집'을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 쇼룸에 있으면 덴마크 집에서의 생활이 어떤 느낌일지 쉽게 상상이 간다.

프리츠한센의 도쿄 쇼룸


RO 라운지 체어(RO Lounge Chair) 

하이메 아욘이 임신한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푹신한 쿠션감과 낮은 좌석, 높게 디자인된 등받이가 특징이다. RO는 덴마크어로 평온, 스페인어로는 ‘자장자장’을 뜻하는데, 이름에서부터 작가의 아내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몸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디자인이라니, 스토리를 알고 나면 더욱 로맨틱하다.

ⓒpaletteandparlor

Writer's Note

막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집 가구는 이케아에서 장만한 와인장이다. 2미터 높이의 진초록 와인장은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지만 어느 공간에도 두루 어울린다. 가만히 있어도 은은한 개성과 존재감을 뽐내기도 한다.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면 오히려 쉽게 질리기 쉬운데, 고전적이면서도 심플한 이 매력요소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볼 때마다 만족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풍 디자인의 모토도 그 기원은 그러했을 것이다. 일상을 더 아름답고 쓸모 있게 만드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겸한, 가구 본연의 미덕. 그렇기에 이러한 디자인이 '반짝 유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3대가 쓴다는, 가격대를 보면 3대는 꼭 써야 할 것 같은, 프리츠한센도 마찬가지.


한번 산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는 덴마크 사람들처럼, 내가 애정하는 이케아산 와인장도 그 미덕만큼은 오래오래 가져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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