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목 Feb 15. 2017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마음을 움직이는 스피치에 관하여

 나는  '스피치 코치'라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일을 하고 있다.

 CBS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과 JTBC '말하는대로' 라는 프로그램 등 이른바 '강연'프로그램의 연사들을 돕는 일이다. 말을 전달하는 기술적인 측면에도 도움을 주지만 가장 주된 역할은 그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객관적 시각으로 발견해 주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진정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 즉 본질을 벗어난 내용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객관적인 시야와 질문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본질을 찾고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를테면 '길잡이' 또는 '가이드' 같은 역할이다. 

 

 그렇게 '말하기'와 관련된 직업으로 살다가 문득 '말하기'의 궁극적인 목표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이 있으니까?부터 정보전달, 의사표현 등등 다양한 이유와 목적들을 통틀어서 결국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말한다고 정의 내리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말하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말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면 생각의 변화로 이어지고, 생각의 변화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결국 마음이 움직인 대상의 삶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삶이 바뀐 사람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말하기'라는 행위는 엄청나게 쉬우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참으로 위력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마음이 움직이는 대상은 청중뿐 아니라 화자 또한 포함된다.)


 하지만 모든 '말'이 세상을 바꿀 만큼 위력적인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했듯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하기' 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마음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말하기'라는 행위의 본질을 수행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행동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수사학의 주된 목표를 설득이라고 보았으며, 그 요소를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세 가지 방식들인 에토스·파토스·로고스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연설 자체에 의해서 제공되는 설득의 수단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화자의 인품에 있고, 둘째는 청중에게 올바른 (목적한) 태도를 자아내는 데 있으며 셋째는 논거 자체가 그럴싸하게 예증되는 한에 있어서 논거 그 자체와 관련을 맺는다.(Rhétorique, I, 1356a)      

[네이버 지식백과]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수사학, 2000. 2. 15., 문학과지성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를 '화자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때 오는 신뢰감'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화자의 인격과 신뢰감'이라 할 수 있다. 청중에게 목적한 태도를 자아내는 수단이라는 파토스는 쉽게 말하자면 '정서적 호소와 공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논거 그 자체라는 로고스는 말 그대로 이야기가 가진 '논리성'으로 말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가 '말하기'에서 추구하는 방향, 즉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에토스' 꼽으리라.


 예를 들어 김수환 추기경이 유언으로 남기신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말을 보자. 그가 평생을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왔던 사람이기에 그 짧은 이야기는 단순히 몇 음절의 '말'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줄 수 있었다. 그의 인격, 그의 삶이 수많은 마음들을 움직인 것이다. 

 만약 똑같은 말을 북한의 김정은이 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살인마나 사기꾼이 했다면? 결국 메시지 그 자체가 가진 뜻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삶에서 나오는 신뢰감인 것이다. 언행일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메시지는 힘을 잃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 모두에게는 이미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이야기가 있다! 각자가 살아온 삶을 통해 이미 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걸 말하는 본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누가 자신의 삶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말을 듣고 변화하겠는가?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말하려' 한다면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제부터 다양한 코칭 사례들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적어보고자 한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만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