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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Mar 21. 2017

무대공포증 해결법  #1 긴장의 두 얼굴

두려움과 설렘의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건 긴장된다. 토론토 대학에서 두려움에 관해 중복 투표가 가능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타인 앞에서 말하기'가 질병, 죽음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이 득표했다. 그만큼 타인 앞, '무대'에서 주목받는 상황의 ‘긴장감’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부담스럽다.


 '긴장'에 대해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연사가 있다. 그는 내가 알려주는 긴장 해소법이 필요 없다며 하나도 안 떨린다고 우겼지만, 정작 무대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연발했다. 오히려 강연 중에 청중에게 "너무 떨리네요."라고 털어놓았던 연사는 그 뒤로 전혀 떨지 않고 오히려 리허설 때보다 더 멋지게 강연을 해냈다. 둘의 차이가 뭐였을까? 긴장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자세였다.          


 감정의 본질적인 임무는 ‘의식’이라는 컨트롤 타워에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 생기면 감정은 그 사실을 머릿속에 알린다. 의식은 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여 그것을 처리할 행동으로 옮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어릴 때는 감정에 솔직해서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었다. 자연스러운 순환 덕분에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에너지를 온전히 새로운 지식 습득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언제부턴가 정작 감정을 신경 써 주고 만나줘야 할 '의식'은 타인이 만들어 낸 기준에만 집중해서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이 드는지 관심이 없어졌다. 그리고 애써 올라온 감정을 평가하고 차별하기 시작했다. ‘기쁨, 행복 등 좋은 감정은 표현해도 돼, 하지만 화, 슬픔 등 나쁜 감정들은 참아. 억눌러!’    


 어떤 감정이든 억누르고 거부하면 다양한 형태의 신호를 보낸다. 처음의 작은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억누르면 점점 감당하기 힘든 괴물로 바뀐다. 슬픔을 거부하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한 우울감이 생겨나고, 화를 거부하면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감정의 본질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긴장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긴장은 공포,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괴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이 조금 떨리거나 심장이 조금 더 세고 빠르게 뛰는 정도로 신호가 온다. 그 신호를 무시한 채 부정하고 억누르면 점점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마에 땀이 나면서 염소처럼 목소리가 떨린다.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기절하거나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제대로 바라보면 된다. 대학시절, 뮤지컬 배우 남경읍 선생님께 긴장하지 않는 법을 묻자, "연기를 30년 했지만 여전히 긴장돼요. 근데 배우들은 긴장이 안 되면 그 날 큰 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긴장하려고 애써요. 긴장이 되면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긴장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니. 알고 보니 긴장은 뇌가 생존을 위한 집중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었다. 손이 떨리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은 자동차가 최대 출력을 낼 때 덜덜거리며 큰 소리를 내는 것과 같았다. 잘 하기 위해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오해하고 억눌렀으니, 엔진이 고장 나듯 우리의 안정적인 상태 또한 고장이 나 버리는 것이다.


 반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의외의 결과가 찾아온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대면하고, 존중 속에 그것을 경험하기만 한다면, 상황에 꼭 맞는 판단을 내리고 선택을 내려주는 놀라운 지혜가 생기게 된다. 직관(Intuition), 영감(Insight)이라고 불리는 탁월한 능력들이 우리 안에서 제한 없이 샘솟을 수 있는 것이다.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순발력, 예술가와 운동선수들이 보여주는 초월적 몰입력 등은 긴장감을 잘 받아들이면 얻게 되는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다. 그런 효과가 저절로 나는 상태를 우린 '설렘'이라고 부른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만난 최면 심리학자 김덕성 님은 '감정은 치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치유에 대한 정의를 올바르게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치유에 대한 잘못된 정의 :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
* 치유에 대한 올바른 정의 : 하나의 감정에만 치우쳐 고정되지 않고, 여러 감정이 두루 자리바꿈 하며 흐를 수 있게 되는 것. 그러므로 치유란 상황에 적합한 마음이 어떠한 차별도 없이 자유로이 경험될 수 있도록 마음을 허락하는 것.


 우리는 언젠가부터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않고 긍정적 감정만 얻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만 좋은 감정이라 여겼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는 안다. 영화의 메시지처럼 모든 감정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것을. 차별하고 억누르면 부정적 영향이 강해지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제대로 바라보면 부정적으로 보였던 감정들 또한 좋은 면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긴장을 두려움으로 만들지, 설렘으로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발표가, 또 무대가 설렌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는 것이다. 부디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설렘이 주는 즐거움을 얻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발표나 무대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이미 생겨버렸다면, 특히 과거에 강력한 실패를 경험했다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조차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즉시 그 부정적인 상태를 긍적적인 상태로 변화시켜 불안과 공포를 해결할 수 있는 '빠르고 간단한 핵심 스킬'이 있다. 해당 내용은 다음 편 '무대공포증 해결법 #2 몸! 마음을 캐리하라!'이야기 하려 한다.무대공포증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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