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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Jul 23. 2017

강력한 전달력의 비밀-스토리텔링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의 세 가지 원칙

 인간은 한 사건을 통해 강한 인상을 받는다면, 마음이 움직이고 행동이 바뀐다. 심지어 직접적인 경험이 아닌 간접경험, 즉 타인의 삶에 대해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관까지 바꾸기도 한다.


 때문에 경험을 담은 스토리텔링은 엄청나게 강력한 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1. 주제와 연결된 강렬하고 특별한 경험을 담는다. 단, 성찰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실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경험의 강도가 셀수록 좋다고 한다. 소위 충격(Impact)이라고 할 정도의 경험이 아니면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어렵다고들 말할 정도다. 아마존에 갔다가 미국을 횡단하고, 소림사도 가고 몽골을 횡단한 이동진과 같은 모험가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강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재들이 독특하고 센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경험 자체가 꼭 특이하고 강렬하지 않아도 된다. 그 경험에서 얻은 성찰이 더 중요하다. 일상에서 반복될 만한 일인데도 뭔가 특별하게 느껴진,  분명 평범한 일인데 어째서인지 평범하지 않게 다가온 경험. 거기에 성찰을 통해 발견한 의미가 담긴다면 이야기는 힘을 갖는다.

 아래는 폴앤마크 박지웅 대표가 들려준 짧은 이야기다.


 나는 평소에 밥솥에 밥이 남으면 위생 팩에 담아서 얼렸다가 필요할 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거든? 어느 날 얼어있는 밥을 비닐에서 꺼내는데, 데구루루 굴러 떨어지는 거야. 넣을 때는 엄청 비닐에 달라붙는데, 어니까 너무 쉽게 떨어지더라고. 그게 평소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그 날 따라 이런 생각이 들더라. 

 '사람도 똑같구나. 열정이 있으면 시련이 와도 어떻게든 매달리고 버텨보려고 하지만 열정이 식어버리면 너무 쉽게 포기하게 되는구나. 난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걸까?' 


 작은 경험도 빛날 수 있다. 경험의 특별함과 강도보다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 

 늘 회고하고 성찰하자. 


“우리는 경험에서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에 대한 성찰로부터 배운다.”  
- 존 듀이




2. 구체적으로 묘사할수록 강력하다. 단 주제와 연결된 내용만!


 구체적 묘사는 강력하다. 청중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끔 말하는 것의 힘은 수많은 명 강연의 필수요소였다. 김창옥 교수, 김미경 원장, 김제동 씨 등의 달변가들은 깨알 같은 디테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증명했다. 그들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나 환경을 듣기만 했는데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생동감과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묘사 덕분이다. 


 다만 쓸데없는 묘사는 정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도박중독 경험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도박중독협회 회원들에게 스피치를 강의하러 갔을 때, 협회 교육 담당자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교육생들이 말을 못 하여서도, 말할 경험과 내용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들의 묘사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연관성이 없는 곁가지가 많아서 엄청 긴 ‘넋두리’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도박중독을 이야기 하는 데에도 이런 식이다.


저는 광주에서 태어났고요, 아버지는 농부였어요. 형이 둘 있었고 누나도 있었어요. 동생도 하나 있었는데 눈썹이 진했어요. 초등학교에는 남자들이 더 많았었구요. 동네에는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 참 낡았었죠…


 화자 자신에게는 무의미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청중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아닌 경우, 즉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에 대한 묘사는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머릿속 캔버스도 한계가 있다. 소리만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청중에게 쓸모없는 내용과 세세한 묘사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관련 없는 것은 다 버리자. 묘사는 필요한 부분만 하면 된다.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다비드상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다비드와 관련 없는 것은 다 버렸습니다.”




3. 과거를 다시 체험하듯 표현하라. 단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연사들이 사건의 생동감을 위해 연극배우처럼 약간의 과장과 감정을 잔뜩 담아서 표현하곤 한다. 슬픈 내용인 경우 목소리를 떨기도 하며, 심지어 공포감을 표현하기 위해 비명을 지르거나 몸을 부르르 떠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강한 연기적 요소들은 청중의 몰입과 재미를 위한 보조적 장치로서, 적당한 수준이라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지루함은 이야기의 큰 적이니까.


 하지만 역시 보조는 보조일 때 빛을 발한다. 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최고의 복화술사인 안재우 대표에게 복화술을 배운 적이 있다. 그는 '복화술의 주인공은 복화술사가 아니라 인형’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형이 말을 하는 것처럼 관객이 빠져들게 하기 위해서는 복화술사는 철저히 보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연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라 그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몰입과 재미를 위해 시도한 연극적 표현들이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사람들은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는, 그냥 한 편의 촌극이 되는 것이다다. 심지어 숙련되지도 못한 표현들이니 얼마나 어설프고 어색하겠는가? 


 김치찌개에 설탕을 조금 넣다가 확 쏟은 적이 있다. 사람이 먹을 맛이 아니었다. 

 과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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