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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Mar 07. 2021

감정이 나 대신 말하지 않도록

#조리 있게말하기 #스피치 #설득 #말하기 #감정 #심리 #스트레스

"아니, 말하기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 누가 심리 상담 치료를 해 달라고 했습니까? 스트레스니 감정이니, 이런 게 왜 필요합니까?"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어떻게 되시길 바라세요?"


"말 잘하는 거죠."


"선생님 생각에 ‘말 잘하는 것’은 어떤 건가요?"


"뭐 그런 것 아닙니까.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것. 그래서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것, 그래서 설득도 하고… 그런 거죠."


"말하는 사람이 조리 있게 말하기 위해서,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그래서 설득까지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죠. 


자, 감정이 복잡할 때와 안정될 때, 어떤 쪽이 더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나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나요?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각이 정리가 되나요? 그게 잘 전달될 수 있나요?"


먼저 감정부터 보죠. 감정이 밀려오는 상황, 특히 불안감, 공포, 분노 등이 생겨난 상황에서는 그 누구라도 제대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위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에 혈액이 쏠려서, 이성적 사고를 전담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되기 어려우니까요. 그곳이 조리 있는, 논리적인 말하기를 담당하는데, 아예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제 아무리 손흥민 선수라도 공이 안 가면, 골 못 넣죠. 우리 몸은 더 분명합니다. 


두 번째, 마음의 여유. 이게 없으면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죠. 즉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당연히 드러나지 않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합니다. 

‘이 말의 의도가 뭐지? 어떤 걸 바라고 있을까? 저 표정은 무슨 의미일까?’ 등 상대가 보내는 비언어적 메시지를 읽어내면서, 상대의 의도와 반응을 유추하는 건 말하기 그 자체보다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음이 불안하고 복잡한데, 외부에 자극에 집중하여 숨은 메시지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이런 부분도 있죠. 상대의 메시지를 곡해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열등감이 심한 사람에게 말할 때 자주 겪는 어려움, 혹시 아시나요?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을 비하한다고 받아들이거든요. 비슷합니다. 내 감정이 불안정하고 여유가 없으면 어떤 메시지든 내 식대로 해석이 되어 버리죠. 외부의 메시지가 깊게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의 입장으로 대입해 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섣부른 오해나 좁은 시야의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이죠. 상대방의 메시지를 올바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말하면 할수록 원하는 결과와는 딴 판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생각을 잘 전달한다는 것은 뭘까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 전달할 수 있나요? 당근 마켓에서 뭘 팔려고 해도 정리가 되어야 팔 수 있습니다. 택배를 보내더라도 제대로 정리하고 포장해야만 보낼 수 있죠. 엉망인 상태로 상대에게 전달되면 상대는 그걸 정리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뒤죽박죽 섞인 상태로 물건이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10가지 색 구슬들을 각각 100개씩 샀는데 섞여서 와 버린 거죠. 엄청 짜증 나겠죠? 하나하나 다시 분류해야 하니까요. 심지어 구슬이 아니라 실뭉치인데 엉켜서 오면? 

  

그래서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피곤해지는 겁니다. 


자, 잘 말하려면 적어도 최소한 '괜찮은 상태'는 되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상태에서 무슨 이야기를 잘하겠습니까? 평온한 상태까지 될 수 없더라도, 감정에 영향받는 격정적 상태를 피할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감정, 스트레스, 심리를 다루는 겁니다. 감정이 내 대신 말하지 않도록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감정이 말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크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말하기의 방식을 반복하여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찰을 통해 정리하고 정의하는 것입니다.


말하기 방식 습관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말하기의 방식은 일종의 쿠키 틀입니다. 별 모양, 달 모양, 동그라미 등 수많은 모양의 쿠키 틀이 있듯 말하기에도 많은 방식들이 있습니다. PREP, 육하원칙 말하기, 두괄식, 3가지로 말하기, 트라이앵글, 시계추, 시간의 흐름, 4 MAT프로세스 활용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이 틀들을 활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1. 각각의 틀이 가진 효과성이 있어서 메시지에 맞게 녹여낸다면 틀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의미 있는 효과는 따로 있습니다. 

2. 틀에 맞춰서 채워 넣으려 노력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감정에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물론 ‘습관’이 되어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습관화되려면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하죠. 반복과 실행이 그 답입니다. 


예를 들어 ‘3가지로 말하기’라는 틀을 습관화하기로 결심했다고 칩시다. 자신의 주장을 3가지로 나눠서 전달하는 방법인데요. 이 방법은 논리성을 얻고, 상대로 하여금 잘 기억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ㅇㅇ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 째, ㅇㅇ한 이유, 둘째 ㅇㅇ해서, 셋째, ㅇㅇ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방법이죠. 이 틀을 습관화 하려면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점심 메뉴를 정하기 위해 대화할 때, 이렇게 말해볼 필요가 있죠.



“저는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어제 회식으로 다들 해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 아직 날씨가 쌀쌀하니 뜨끈한 국물이 좋습니다. 세 번째, 어… 그냥 오늘따라 땡깁니다."


이렇게 어설프더라도 방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걸음마도 계속하니까 걷게 되는 거죠. 안 하다가 갑자기 잘하기 어렵습니다. 연습할 때 어색 점수가 1점이라면, 연습 없이 중요한 순간 쓰면 어색 점수는 100입니다. 자연스러워지려면 자주 해야 합니다.


감정을 살피는 것도 마찬가지죠. 감정이 올라오면 일단 멈추고 객관화시키는 것을 ‘의지적’으로 실행해 내야 합니다.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죠. 원칙은 이렇습니다. 


1. 감정을 인지해야 합니다. 휘말리지 않고 평소와 다른 감정이 생겨난 것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2. 인지가 되면 잠시 멈추어 주목하고, 상세히 관찰해야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해요. 상대가 아닌 진짜 원인, 이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떠한 욕구 때문인지 말이죠.

3. 이후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지나치게 단순화 하거나 뭉뚱그리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내 이야기를 못 알아듣는 상사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 알아듣게 설명했는데도 못 알아 듣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그 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걸 인지해야 나와 분리가 됩니다. 

그때 올라오는 감정을 단순히 “짜증”이라고 정의해 버리면 안 됩니다. 지나친 단순화는 안 됩니다. 상세히 봐야죠. 짜증으로 라벨링 된 감정을 풀어헤쳐 봅시다. 뭐가 들었나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분노, 실망, 서운, 불안, 갑갑.” 훨씬 낫네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죠. ‘무엇’때문에 위의 감정들이 생겼을까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예를 들어 “ 분노 – 상사의 시큰둥한 표정 등의 반응), 실망과 서운함(내 의견을 인정할 것이라는 기대와 어긋난 결과), 불안과 갑갑(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이렇게 추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인을 찾아서 정의 내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정들과 분리가 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단어로 정의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해결 방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말하기에서 말하는 화자의 상태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막상 거기에 별로 에너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마음이 마음대로 될 거라는 생각, 중요한 비즈니스에서 감정이 뭐가 중요하냐는 생각, 감정을 배제하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저는 이어한 생각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착각이자 과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면 불행한 사람은 없겠죠. 감정은 조절하고 이해하고 돌봐야 하는 것이지, 배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리 있게 말하고, 생각을 잘 전하고 싶다면 내가 그럴 수 있는 상태인지를 먼저 살피고, 그런 상태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죠. 감정이 대신 말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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