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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Mar 12. 2022

헤매도 괜찮아.
돌아오기만 하면 돼.

#Return 을 쓰는 이유.

리턴(가제)이라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상실에 대한 아픔으로 생을 마감하려고 마음먹은 20대 남자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루는 주제는 죽음과 삶, 우울과 회복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입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몰랐죠.

어머니를 떠나보낸 첫 상실이 12살이었으니까요.

책에서만,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돌봐준 이는 있었습니다. 

가족들, 특히 둘째 누나가 늘 함께 해 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8이 되어 맞이한 두 번째 상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상실에서 배웠다고 생각했고, 무뎌졌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여전히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아팠습니다.

인생을 뒤흔든 두 번째 상실, 잃은 건 저를 살게 해 준 둘째 누나였습니다.


저는 무너졌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속은 썩어서 부서진 텅 빈 나무였습니다.

바스라질 것 같은 저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매일 걸었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헤맸는지 모릅니다. 

우는 법조차 잊어버린 덕에 제 몸과 마음은 눈물 대신 피고름을 흘렸습니다. 

하루에 지옥을 몇 번을 오갔는지 모릅니다. 

고통 속 선택은 저라는 세상의 종말이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종교도, 지식도 도와주지 못하는 어둠. 

그 속에서 저는 돌아왔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건 제 직업과 경력이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인연 대신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고, 그 사람은 제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존재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는 3월 18일은 저를 살게 해 준 누나의 기일, 4월 26일은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기일입니다.


인생은 동화와는 달라서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위의 엔딩은 없었습니다.


제겐 적잖은 불운이 찾아왔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무너지기도 하는 큼지막한 일들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제 마음은 넉넉하지 않아서 늘 바다 위 파도처럼 넘실거립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돌아온 덕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많이 웃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지냅니다.


때때로 많이 행복해하는 저를 자각할 때면 놀라곤 합니다.

그때의 제게는 행복한 미래라는 게 없을 줄 알았거든요.



돌아오세요. 많이 헤매도 괜찮습니다. 

고통이 오면 그 안에서 충분히 아파하세요.

울음이 나올 것 같으면 우세요. 하지만 잊지 말고, 꼭 돌아오세요.


스스로를 파괴하지 마세요.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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