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목 Nov 07. 2023

내 감정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

내 감정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모처럼 셀카를 찍었다.

아버지께 선물로 받은 옷 인증을 위해서.


예배를 마치고 갑자기 옷을 사주시겠다는 아버지. 원래 생일 선물 같은 건 안 주시는 분인데... 기분이 묘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주시지?'라는 내 물음에 아내는 웃으며 '교회 열심히 나와서 그런가 봐요'라고 화답했다.


교회를 간다는 것은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무교인 아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효준이를 위해 종교와 신앙이라는 중요한 기틀을 주고 싶었지만, 나는 교회가 싫었다.


나는 한국교회를 증오'했다.' 아니, 여전히 싫어하는 부분이 많다. 누나 장례식에서 보였던 무례하고 폭력적인, 배려라곤 찾을 수 없었던 집단의 무식함에 그들을 거부하게 되었다.


신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는 별개로, 나는 교회에 절대 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막내고모가 돌아가신 날,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시는 예배 참석을 결심했다. 침울하셨던 아버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내는 지지해 주었다. 그녀 안에도 꽤나 큰 저항감과 부담이 있었을 텐데... 고마운 사람이다. 아들 효준이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교회 가는 걸 좋아한다. 역시 묘한 녀석이다.


세상 일은 모른다. "절대"라는 것은 없다. 내 예상과는 다른 길이 늘 펼쳐진다. 여전히 일요일 아침의 단잠을 포기하는 건 힘겨운 일이고, 여전히 교회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환한 미소, 아내가 얻는 위로, 효준이의 알 길 없는 즐거움을 얻은 것은 내 증오와 분노를 넘었던 결심 때문이다.


내 감정보다 더 소중한 내 사람들이 있음을 늘 기억해야겠다. 내가 싫은 결정을 해야 또 다른 내가 행복하다. 그래야 예쁜 옷도 받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이 아니라 사랑을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