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대화의 필수 요소 : 자기인지를 통한 여유
내가 만난 성숙하고 자기 다운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그들은 1. 언제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잘 알면서, 2.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배려하는 대화를 했다. 3. 상대의 무례 등 강한 자극에도 곧장 반응하지 않으면서, 4. 결코 회피하지 않고 표현할 것은 표현했다. 5. 절대 쫓기거나 궁지에 몰리지 않고, 당황하지 않는다. 마치 두 번 살아본 것처럼, 유행하는 회귀물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근본적 공통 능력은 바로 마음의 ‘여유’다. 여유가 있어야 재미있고 유창하게 말하며, 다채로운 주제를 넘나들 수 있고, 상태의 상태를 살피고 대응할 수 있다. 여유가 있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다. 여유가 있어야 나답게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뛰어난 자기 인지 능력 덕분이다.
이 능력은
1.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2.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게 만든다.
3. 발생한 신체적 반응을 정확히 인지하고 균형감 있게 감정을 조절한다.
4. 상대방의 심정을 유추하고 표정과 음성 등의 신호를 통해 빈번히 확인하면서 분석의 정확도를 상향시킨다.
5. 전체 상황을 객관적이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6.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여,
7. 가장 적합한 표현과 반응을 하도록 만든다.
반면 자기인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1. 상황에 대한 오해와 확대해석을 하며,
2. 피해의식을 갖거나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
3. 그로 인해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4. 지나친 자학에 고통받기도 한다.
5. 대화 상대를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양자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토록 중요한 자기 인지능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극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삶에서 생기는 수많은 자극에 곧장 반응하지 않고, 감정을 잘 조절하여 현명한 반응을 하라는 유대인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이다.
(그는 2차 대전에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통해 고통과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잠재력을 깨닫고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저서에 담아낸 인물이다.)
반응은 우리의 말과 행동이 되어 대화에 드러난다.
대화를 망치는 대표적인 상황은 조절되지 않은 순간적 감정이 반응이 되어 우리를 대신할 때다. 외부 자극으로 큰 반응이 생기면 자기인지 능력을 쉽게 활성화할 수 없다. 자극이 정리되지 않은 채 들어오면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이때 편도체에 혈액이 쏠린다. 생물의 생존을 위해 불안함을 느끼고 도망치거나 숨게 만드는, 방어적 행동을 만드는 뇌다.
정리되지 않은 채 들어온 자극이 편도체를 활성화시키면 화내거나, 회피하는 등 본능적, 방어적 행동을 취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이 편도체를 통과해야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 조리 있는, 논리적인 말하기, 자기 다운 절제력 등을 담당하는, 자기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뇌의 영역이다. 제 아무리 손흥민 선수라도 공이 안 가면 골을 못 넣는 것처럼, 우리 뇌도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다면 활용할 수 없다. 자극이 곧장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자기 인지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극을 담아내고 조절할 공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