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마주하다.

3.31. 00시 7분. 두렵고 서툰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며. 첫 글.

by 전종목

내게 있어 글쓰기는 가장 큰 고통인 동시에 반드시 꺾어야 하는 적이며, 새로운 길을 열어 줄 희망의 출구이자 타인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글쓰기라는 다리를 건너야만 내 여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지만 때론 나를 속박하는 포승줄처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무고한 글쓰기에게 수만 가지의 누명을 씌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기대,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핑계. 글쓰기는 그저 나를 보여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생각이 많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있어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덕에 심심하지 않았다. 생각의 파문을 따라가다 보면 때론 깊이 가라앉기도 하고, 공상을 이어가며 설레기도 했다. 그 덕분에 아이디어는 끊이지 않았고 많은 순간 즐거울 수 있었다. 막힘없이 흐르는 생각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동력이었다.

허나 가장이 된 삼십 대 중반의 내 생각은 주로 '걱정'으로 귀결된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이 생각의 방향을 늘 걱정을 향해 고정시켜 버린 것 같다. 답을 정해놓고 고민하니 늘 결과는 한숨이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썩 말을 잘한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글은 두렵다. 머릿속에 흐르는 생각들을 적어가는 과정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갑갑해지고, 때론 숨이 막혀서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다. 국방일보에 연재를 맡았을 때, 대학 때 과제 제출을 위해 글을 적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기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몇 시간이고 모니터 앞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만큼 내게 글쓰기는 힘주어 열어보려 해도 녹이 슬어 쉽게 열리지 않는 육중한 철문과도 같았다.


이렇듯 생각이 많은 내가 '말하기'보다 서툴고 두려운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것은 무얼까?


올해부터 나는 글쓰기를 더 적극적으로, 조금은 스스로를 강제하며 마주해 보려 한다.


"얼마간은 매일매일 써라."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글쓰기를 피아노의 음계 연습하듯이 해라.
너 스스로 사전 조율을 하고 나서 말이다.
글쓰기를 체면상 갚아야 할 빚처럼 다루어라.
그리고 어떻게든 끝맺을 수 있도록 헌신해라."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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