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위로법 '좋은 하루 선물하기'

위로가 필요한 시대,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

by 전종목

아내가 가방을 도둑맞았다. 가방 안에는 소중한 것들이 많았다. 지갑, 신분증, 화장품부터 아기가 좋아하던 장갑과 장난감 자동차들까지. CCTV로 확인한 범인은 큰 키에 마스크를 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애초부터 아내 쪽을 주시하고 있다가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가방을 잠깐 올려둔 순간 들고 간 것이다. 수화기 너머 분실 소식을 알리는 아내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얼마나 속상할지 짐작이 됐다. 가격보다 더 소중한 추억들이 깃든 물건들이 많았으니까.


그녀를 위로해 주고 나서 나는 진심을 담아 이런 말을 했다.

"온갖 강력범죄 중에 정말 가장 약한 '절도'를 겪었으니 천만다행이다! 강도나 살인, 폭행, 납치, 유괴 등등 무서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차피 한 번 겪을 거면 제일 약한 걸로 잘 겪었어!"

아내는 뭐가 다행이냐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기분이 조금 풀린 모양인지 살짝 웃었다. 하지만 역시 말 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나는 준비해 둔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가방은 되찾지 못했지만 아내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

아내의 전화를 받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좋은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였다.

여자 혼자 아이를 데려간 서점에서, 덩치 큰 남자에게 아예 계획된 절도를 당했으니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소중한 물건들을 잃어버린 그 마음은 또 어떨까. 경찰서를 다녀오느라 낮잠을 못 자서 짜증을 부리는 아이 때문에 몸까지 피곤했던 그 날은 어쩌면 아내에게 있어서 최악의 하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그 날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하루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며칠 뒤, 내 히든카드 2탄이 도착했다.
아내선물2.jpg 히든카드 2탄! 아내는 기쁜 마음에 꽃까지 장식해서 사진을 찍었다^^

잃어버린 가방은 당장 그 날만 속상한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이라서 틈틈이 생각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유난히 피부에 잘 맞았던 보습크림이었다. 사소한 물건이 때론 더 속상한 법임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또 사"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그 화장품을 찾아서 주문했다. 아내의 환한 미소를 보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선물 그 자체보다는 내 마음이 더 기뻐서 환하게 웃었으리라.


결과적으로 '가방 도둑맞은 기분 나쁜 날'은 남편이 사랑을 듬뿍 담은 선물로 위로해 준 날이 됐고, 친구들에게 속상함을 토로하는 속상한 사건이 아니라 남편을 자랑할 수 있는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됐다.


사람은 자연스레 힘들고 안 좋았던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위로하고 싶다면 좋게 생각해 라고 말만 하지 말고 그 날을 재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자. 꼭 선물이 아니더라도 잘 찾아보면 분명 즐거운 하루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날을 기분 나쁜 하루로 기억하게 만들지 말자. 곁에서 충분히 좋은 하루로 바꿔 줄 수 있다.


티거1.jpg 멘토 선생님의 값진 말씀!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하루'를 선물하는 것, 그게 최고의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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