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키워드 "긍정적 재해석"
-도박중독 그녀

사람을 구한 '긍정적 재해석' 방법.

by 전종목

*이 글은 2016년 9월 23일 페이스북에 작성했던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강사님, 저를 기억하시나요?"
낯선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2년 전에 도박중독협회 강의 때 뵈었던 ㅇㅇㅇ입니다. 30년 동안 도박만 하다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도전하고 있었던, 기억하시나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도박판의 별칭(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으로 더 많이 불렸었다는, 눈매가 매서웠지만 희망찬 눈빛을 띄고, 스피치 강의 마지막 날 손을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떨림과 함께 전하셨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안녕하세요! 기억납니다! 잘 지내셨나요? "

"네, 그때 도전했던 ㅇㅇㅇㅇ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역 경연대회가 있어서 대표로 출전했는데, 오늘 그 예선전에서 꼴찌를 했어요. 버벅거리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서... 너무 속상한데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 건가요??"

아마도 위안을 구하고 싶으셨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으셨는지... 새로운 인생에서 가장 자부심이 있었던 부분을 '망쳤다'라고 생각한 그녀는 2년 전 딱 이틀, 고작 16시간 만을 함께 했던, 한참 조카뻘의 스피치 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만큼 절박했으리라. 그런 전화를 대충 받을 수는 없어서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물론이죠.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납니다. 그런데, 선생님 생각하실 때에는 어떤 부분 때문에 잘 안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

" 제 생각에는 너무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던 것도 같고, 제가 도박에만 30년 동안 빠져 사느라 컴맹입니다. 그래서 동료가 ppt를 만들어 줬는데 그래서인지 더 엉키고 버벅거리게 된 것 같았어요. 게다가 제가 멘토로 여기고 저를 잘 이끌어주는, 아주 친한 동료가 있는데, 발표 전 날인 어제 갑자기 발표 내용의 큰 방향을 싹 바꾸자고 해서 그걸 따랐는데 그것 때문인 것도 같아요. 그분은 왜 그랬을까요? 이유가 뭘까요?"


"그러셨군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축하한다고요? "

"네. 정말 축하드립니다. 여러 가지 축하할 부분이 참 많네요. 아마 선생님이 운이 참 좋으신 것 같습니다."

"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는 그녀에게 차분히 이야기를 해 드렸다.


"가장 먼저, 첫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하셔서 축하드려요.
아마 이번에 어느 정도 잘 하셨다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하셨을 것 같아요. 특히 이런 변수들을 처음부터 경험하셨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 길이 천직이신가 봐요, 운이 이렇게 좋은 걸 보니.


두 번째는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우셨네요. 한 번 실패로 하나만 배워도 아주 훌륭한 것인데 선생님께서는 마음만 너무 앞섰다는 것, '자기 발표 자료'를 다른 분 도움을 받았을 때,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큰 방향을 급작스럽게 바꾸는 것이 발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깨달으신 것. 한 번의 시도에서 세 가지 이상 배우셨다니, 부럽습니다!


세 번째는 좋은 시기에 실패를 경험하신 걸 축하드려요. 대회라는 것은 어쨌든 등수와 승패가 갈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다들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마지막 등수를 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만약 예를 들어 지금 계신 곳을 대표해서 어떤 중요한 계약이 걸린 pt를 하게 되셨을 때, 그때 이런 실패를 경험하셨다면 얼마나 속상하고 동료들에게 미안하셨겠어요.

많은 경험을 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는 것은 참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잖아요.
저도 세바시 무대에 서기 직전에 갑자기 목소리가 확 쉬어버렸습니다. 긴장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미리 실패를 경험해 보셨다는 것은 예방주사 그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 참으로 값진 하루를 보내셨네요. 축하드려요!


세상을 사는 것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더라고요.
모든 일에 남 탓, 세상 탓을 하면서 비관적으로 주변과 자신을 괴롭히는 '피해자'. 많이 보셨지요?

그리고 다른 방식은 어떤 일이 있을 때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성장을 하고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가질 수 있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 그래서 자신과 주변에 행복과 발전을 가져오는 사람. 능동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 우린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죠.


선생님께서는 이미 큰 고난을 겪으셨고, 그걸 이겨내고 새로운 문을 열어 내셨지요.

'그 사람은 왜 하필이면 전날 방향을 바꿨지? 피피티는 왜 내 맘처럼 안 됐지? 하필 난 오늘 왜 떨었지? '

이 답을 굳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사소한 부분이고 이미 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오늘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떤 걸 배우고 얻었을까?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어떻게 잘 정리하고 넘어가느냐가 오히려 훨씬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선생님과 같이 자신을 극복해 내신 분이라면 충분히 잘 해 내실 거라고 생각해요. "

그리곤 정말 축하드린다며 껄껄 웃어드렸다.


전화기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 하지만 희열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사님께 정말 전화를 잘 했네요! 저, 열심히 할게요! 강사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게... 살아갈 힘을 주셔서 감사해요. 강사님께 배웠던 2년 전 강의를 거의 달달 외우고 있는데, 오늘 말씀은 더 잘 기억할 거예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같은 것을 경험한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것을 느끼진 않는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바라보는가.
그것이 진정한 자신을 찾는 '각성'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도박중독으로 인한 파탄을 경험했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다시 일어섰던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꿈에서 맞이한 오늘의 소중한 경험이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녀가 영웅이 될 거라는 것은, 아니 이미 영웅임을 나는 확신한다.



<에필로그>


2016.10.12


첫 전화 통화를 마치고 그녀의 소식이 궁금할 무렵, 카톡 메시지가 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이 많이 아팠었는지, 그녀는 그 이후로 신경정신과 치료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렇지만 결국 많이 좋아졌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었다.


나는 그저 가벼운 선의로 좋은 말을 건넸을 뿐인데... 그 가벼운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낭떠러지에서 구해준 동아줄과도 같았나 보다. 나는 자연스레 응원 메시지를 다시금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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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4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내게 날아온 한 통의 문자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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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거의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시험이라며 며칠 전에 전화가 왔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합격을 해 낸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에 케이크를 선물했다.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생일보다 더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줄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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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두어 번 정도 문자가 오갔었다. 가장 최근에 왔던 연락은 작은 도움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20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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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22

그리고 그녀가 결국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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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누구나 위대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간절함이 그녀 자신의 위대함을 깨운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삶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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