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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Apr 05. 2020

최고의 자기인식, 스피치

자신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스피치 하라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 것은 서른이 한참 넘어서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감정과 내적 욕구에만 이끌려 살았다.


나를 가장 강하게 이끈 욕구는 인정욕이었다. 


어린 시절 유난히 공부를 잘 했던 큰 누나, 예쁘고 사교성이 좋았던 작은 누나를 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머니를 일찍 여읜 것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항상 나는 인정에 목이 말라 있었다. 


타고난 재능도 있긴 했는지 대중 앞에 서는 일들에 익숙하게 됐고, 뮤지컬, 연극 등을 거쳐 MC, 아나운서 등의 커리어를 경험했다. 


지금 강사로 살고 있는 것에도 인정 욕구가 영향을 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허나 감정과 욕구는 폭발적인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삶을 답답하게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했다. 


오랜 내 속앓이는 '왜 내 생각대로 안 풀리지? 이 일이 나와 맞기는 한 걸까?' 나한테 맞는 일은 뭘까? 난 뭘 하고 싶은 거지?' 란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해준다고 한 일이 상처를 줬는지,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또 원인을 아직도 모를 정도로 안 좋게 관계가 흘러간 지인도 있다. 


'왜 저 사람과는 불편하지? 왜 나를 미워하는 거야?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일도 관계도...아무리 혼자 생각해봐도 제대로 나를 알기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던 나는, 그저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다.



자신을 충분히 잘 알고 살고 있는가? 


다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an)이 TED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우리는 경험하는 것과 그것을 기억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즉, 우리가 경험한 것의 50%만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바탕에 두고 우리는 의사결정을 한다. 당연히 의사 결정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인식을 따로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잘못된 기억 (경험에 바탕은 둔)을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대로 자기를 인식하기 위한 시선은 자기 내부에서 바라보는 '내적 시선'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적 시선'으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제대로 인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외적 시선은 타인의 반응을 신경 쓰고 고려하는 것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만이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 들은 객관적 관점이 필요한데, 특별한 계기나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는 주변인이 없다면 해당 관점을 들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주 접하지 못하게 된다.


내적 시선 또한 많은 오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스피치 코칭을 하거나 강의 이후 상담할 때, 자의식 과잉에서 자존감 부족까지, 참 다양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보는 경우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 경우 내적인 시각이 살아온 환경적, 경험적 요소들에 의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편중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두 가지 시선을 적용하여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스피치를 해 보는 것'을 강추하고 싶다. 

그 이유는 스피치는 자기인식의 완벽한 풀 패키지이기 때문이다.


1. 과거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삶을 해석하는 미래 지향적 행동.


수많은 책과 이론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탐색과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진행하는 스피치의 과정에서도 과거를 탐색하는 시간이 반드시 포함된다. 


하지만 나는 그 또한 올바른 방법과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과도한 검토를 하면 풀어놓은 옛이야기에 갇히게 될 위험이 있다. 당시의 분노나 슬픔, 고통이 소화되지 못한 상태라면 자신에 대한 잘못된 내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긍정적 경험 또한 마찬가지로, 자아도취에 빠지게끔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상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일종의 '인지행동치료'의 단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2. 내, 외적 시선의 결합 


심지어 스피치는 듣는 이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외적 시선을 의식하며 구상하고, 제대로 된 객관적 피드백을 받아서 적용해야 한다. 타인에게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될 만 한 경험의 해석에만 사람들은 귀 기울인다. 


이 덕분에 자칫 혼자만의 넋두리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게 된다. 타인에게 공유되기 위해서는  내 해석이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교훈적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말이다.



3. 자신에 대한 메타 인지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됨.


자신의 삶의 순간들을 의미로 승화시키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한 부분을 확실하게 알게 되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7년 정도 세바시 및 강연회 스피치 코치로 활동하며, 또 기업, 단체, 학교의 콘퍼런스를 코칭하며 만난 수많은 연사들 덕분에 깨달은 건 연사들의 스피치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특별한 능력과 업적을 지닌 유명인도 많았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도 많았다.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다.


스피치를 마친 후 그들 대부분은 입을 모아 기대 이상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영웅이 각성하듯 인생 전반에 확연한 성장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며 의미를 발견해 내는 과정을 스피치라는 목표를 위해 마주했던 이들. 

그들의 성공적 자기 인식의 비밀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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