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목 Apr 11. 2019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세 가지 요소

콘텐츠의 가치와 경쟁력을 결정짓는 세 가지 질문

사람들은 들어야 하는 이유를 못 찾으면 절대 몰입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깐 쳐다볼 수 있겠지만, 또 소개팅 자리에 나왔으니 일단 대화는 시작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몰입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집중하고 푹 빠져서 마음속 깊이 느끼는 몰입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뭘까? 아무리 포장을 예쁘게 해도 제품이 형편없으면 아무 소용없듯,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바로 콘텐츠다. 자신의 콘텐츠가 청중에게 어필할 경쟁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1. 얼마나 새로운가? 


아리스토텔레스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다."

아인슈타인 "나는 천재가 아니라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기본적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콘텐츠가 기존에도 경험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 아무리 꾸며봐도 소용없다. 사람들은 "저거 전에도 있던 건데? 뻔한 거잖아."라고 치부해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새로움이라는 장벽은 매우 높고 까다로워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수많은 도전자들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콘텐츠의 새로움에 대한 종류는 크게는 아래 네 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1.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고유의 것.

2. 이미 알려진 아이디어를 새롭게 해석해 낸 것

3. 이전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을 이룬 것.

4. 다양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통합한 것. 


1) 창조, 과연 가능한가?

보통 1.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고유의 것. 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창조라고 한다. 인간은 절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창조(creation)’는 신만 한다. 인간은 흉내를 낼 따름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경험, 최초의 개념 정의를 창조와 비슷하다고 하면 어떨까? 개인 고유의 경험이야 반복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큰 유형으로 따졌을 때는 완전히 없던 개념이나 경험은 아주 드물고, 심지어 그 수가 아주 빠르게 줄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콘텐츠가 창조에 해당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2) 해석이 새로운가?

인지발달심리학자 피아제(Piaget)는 생각의 본질을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presentation, 즉 ‘보여주다’의 의미에 반복을 뜻하는 ‘re-’가 붙은 것이다. ‘다시 보여주다’라는 의미다. 어디서 본 적이 있었던 것을 그림처럼 머릿속에 다시 한번 떠올리는 것이 생각이다. 생각의 본질이 ‘어디선가 본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면, 창의적 사고란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창의적 사고를 통한다면 새롭다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천동설처럼 신앙에 관련된 문제만 아니라면 새로운 해석은 언제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은 기존 디바이스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정밀한 작동을 위해서 터치펜을 써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손가락을 활용하도록 만든다든지. 서류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컴퓨터인 태블릿이라든지. 

  

3) 한 단계 발전을 이뤘는가?

같은 방면의 아이디어에서 더욱 발전된 이야기인가? 새롭지 않더라도 기존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제품은 우리는 후속작으로 인정한다. 첫 스마트폰 이후 나온 폰들의 큰 기능은 거의 같다. 대부분 더 나아졌을 뿐이다. 하지만 새롭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이질감은 없다. 기능의 개선 또한 새로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 다양한 아이디어와 경험이 통합되었는가?

사실 아이폰 또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고유의 개념은 아니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다뤘듯 터치 스크린 아이팟, 모바일 폰, 인터넷 디바이스의 결합이 바로 아이폰이다. 


2. 얼마나 실용적인가?


프랑스에서 구축한 마지노 선은 최강의 방어 지대였다. 1차 대전에서 고통받았던 프랑스를 전쟁의 위협에서 수호해 줄 철벽 마지노 선. 당시 기준으로 건설 160억 프랑, 유지 및 보수 140억 프랑, 총 300억 프랑이라는, 지금으로 치자면 약 40조 원 정도의 비용이 투입된 어마어마한 방어 시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마지노선은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프랑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지노선이 건설되지 못한 벨기에 지역을 통해 진격해 왔고, 마지노선은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실용적이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용적인 콘텐츠는 손에 꼽는다. 왜냐하면 실제로 적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화자의 청중에 대한 공감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공담에 대한 냉소적 시선이 바로 공감의 부재 때문이다. 


소위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메시지 자체의 오류가 있었다기보다는 그가 겪었던 어려움들이 이 시대의 청년들 입장에서는 호사로 여겨질 만큼 독자들과 동떨어진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이 대부분 엘리트, 기득권의 입장에서 겪은 일들이다. 대한민국 No.1 대학교인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병역도 6개월 장교로 복무 후 유학, 이후 1년 만에 서울대 교수의 직위에 오른 분이 '나도 힘들었으니 너희도 힘내면 된다.'라고 말한다는 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그가 겪은 행정고시 실패 또한 그 시험을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기가 차겠는가. 


실용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쓸모 있는 이야기' 수준이 아니라 청중에게 적용할 범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범용성을 위해 '공감'은 꼭 필요하다. 아래는 '공감'의 사례로 자주 사용되는 OXO라는 주방용품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OXO의 산업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노인으로 분장하고 캐나다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다양한 계층의 노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재력과 건강 등 아홉 가지 기준으로 나눠 각각 다른 노인을 연기한 무어는 이 체험을 통해 얻은 노인들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옥소에 제공했다. 그 결과 노인과 관절염 환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굿 그립' 시리즈가 탄생하였다. 



3.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자격이 있는지와도 연관이 되는 조건이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수많은 명사들의 명강의를 앉은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시대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굳이 내가 하는 것이 큰 경쟁력이 있을까? 나는 그래서 고유의 경험과 사례를 통한 이야기만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겠지만 고유의 경험에서 얻은 철학과 교훈은 오롯이 그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그 사람의 인격, 경험에서 오는 자격이 가장 큰 설득의 요소가 된다. 


서두에 언급했듯 사람들은 쉽게 듣지 않는다. 반드시 내가 왜 귀 기울여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이 해결되어야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직접적이고 빠르게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콘텐츠는 새롭고, 실용적이고, 다른 사람은 절대 대체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그 세부적인 노하우가 담긴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에 더 기술하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쉽고 단순한 말 잘하는 공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